자우림의 진보일까, 과욕일까. 14일 공개된 아홉 번째 정규 앨범 '굿바이, 그리프(Goodbye, Grief)'는 자우림의 음악적 재능과 욕심을 동시에 드러내는 앨범이다. 간결하고 듣기 편한 선율을 피하는 대신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소리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김윤아 특유의 극적인 보컬과 다채로운 악기 연주가 치밀하게 악곡을 구성한다.
전체적으로 음량의 등락 폭이나 긴장과 이완의 차이가 커서 극적 효과가 크지만, 때론 요란한 뮤지컬처럼 지나치다는 인상도 준다. 앨범의 서두를 장식하는 두 곡이 대표적인 예다. '세상이 다 나를 버린다 해도 / 너만은 그러지 않았어야 해'라고 노래하는 첫 번째 곡 '안나'와 '저의 약한 마음과 비겁한 나약함은 모두 당신이 가장 필요했던 그 때 버림 받았기 때문이에요'라고 절규하는 '디어 마더'는 비극적인 뮤지컬의 한 장면으로 써도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연주하던 시절의 영국 록 그룹 퀸을 연상시키는 특징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블루스 성향의 하드 록 연주와 현악 편곡이 자주 눈에 띄기도 한다.
밴드의 보컬 김윤아는 "밀도가 높고 계산적인 사운드를 노렸다"고 했다. 밴드 멤버들도 "예전에는 우리에게 맡기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끊임없이 뭔가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4분 안팎의 길이에 많은 것을 담고 있어 주의 깊게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운 부분이 발견되지만, 그만큼 자우림 특유의 자유분방한 면이나 발랄함, 대중적인 친밀감은 부족한 편이다.
앨범에 담긴 11곡 모두 평균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탁월한 곡은 첫 번째로 공개됐던 '이카루스'다. 강약과 완급의 조절과 악기 배치, 밴드의 성숙함이 드러나는 가사의 조화가 탁월하다. 반면 '스물다섯, 스물하나' '슬픔이여 이제 안녕' 등은 평이하게 들린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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