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덜 긴장하니까."
올 포스트시즌에서도 외국인 선수들이 중용되고 있다. 염경엽 넥센 감독과 김진욱 두산 감독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를 적극 활용하며 시리즈를 치렀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분명하다. "외국인 선수들이 국내 선수들에 비해 덜 긴장하고 구위도 뛰어나다"는 것이다. 아울러 팀 승리에 혁혁한 공을 세울 경우 구단 자체적으로 두둑한 보너스까지 손에 쥐어준다. 잘 던질 수밖에 없는 조건이고, 실제로도 잘 던졌다.
넥센은 1, 2차전에서 각각 나이트와 밴헤켄을 선발로 내세워 2승을 챙겼다. 4차전에서는 오른손 토종 선발 문성현이 부진하자 3회부터 밴헤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밴해켄은 비록 1-0으로 앞선 6회 상대 8번 최재훈에게 역전 투런 홈런을 내줬지만, 구위 자체는 2차전 못지 않게 뛰어났다. 때문에 상대 벤치에서는 "나이트와 밴헤켄 모두 정규시즌과 비교해 직구 최고 시속이 4~5㎞는 빨라진 것 같다. 연속 안타를 때리기 힘들다"는 평이 나왔다.
두산도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니퍼트와 헨킨스를 적극 활용했다. 니퍼트는 1차전에서 선발로 등판했고 4차전에서는 8회부터 구원 등판해 포스트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헨킨스 역시 4차전, 0-1로 뒤진 6회 2사 1ㆍ3루에 출격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호투를 펼쳤다. 당시 두산은 1~3차전을 치르면서 불펜 자원이 바닥났는데, 헨킨스의 무실점 피칭과 니퍼트의 구원 자청으로 귀중한 1승을 챙길 수 있었다.
결국 포스트시즌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잘하는 팀이 승리할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이 이번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를 '박병호 시리즈'또는 '최재훈 시리즈'로 분석하면서도 '용병 시리즈'라는 평가를 빼놓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용병 시리즈'로 흘러가는 포스트시즌을 지켜보며 삼성, LG의 코칭스태프는 머릿속은 복잡하게 됐다. 삼성은 카리대, LG는 주키치 없이 시즌을 치러왔고,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역시 이들의 실전 경험이다. 카리대는 8월9일 대구 한화전을 끝으로, 주키치는 8월13일 대구 삼성전 이후 1군에서 자취를 감췄다. 둘은 그 동안 2군에서 꾸준히 몸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공을 던져왔다 해도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 갑자기 잘 던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게다가 무리해서 엔트리에 넣었다가 정작 써야 할 선수를 가동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다만 삼성의 경우 "끝까지 기다려 카리대의 몸상태를 체크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삼성은 24일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르기 때문에 LG에 비해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