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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학원과 함께 하는 실전논술]2013학년도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 기출문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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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학원과 함께 하는 실전논술]2013학년도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 기출문제<상>

입력
2013.10.1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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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부터 매 주 교육면에 주요 대학들의 입시에 출제된 논술문제에 대해 학생의 예시답안을 분석해 실전 대비 능력을 키우는 실전논술을 연재합니다. 종로학원의 논술 강사가 논술문 분석과 조언을 맡습니다.

[문제1] 제시문 (가), (나), (다)의 공통된 주제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가), (나), (다)를 비교하시오.(1,000자 안팎, 50점)

◆제시문 (가)

강녕의 용반, 소주의 등위, 항주의 서계는 모두 매화 산지이다.

어떤 이는 “매화는 휘어져야 아름답고 곧으면 맵시가 없으며, 틀어져야 아름답고 똑바르면 볼품이 없으며, 성기어야 아름답고 빽빽하면 자태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 하지만 문인화가들은 마음으로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러한 기준으로 천하의 매화를 평가한다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하지는 못한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곧은 것을 베고 빽빽한 것을 쳐내고 똑바른 것을 잘라 매화를 병들게 하고 매화를 빨리 죽게 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돈을 벌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매화를 틀어지게 하고 성기게 하고 휘어지게 하는 것은 돈 벌기에 급급한 우둔한 사람들이 그 머리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신 문인화가들은 자신의 괴벽한 취미를 매화 파는 사람에게 확실하게 알려서, 똑바른 것을 베어 곁가지를 키우고 빽빽한 것을 쳐내 어린 가지를 죽이고 곧은 것을 잘라 생기를 막음으로써 높은 값을 구하게 하니, 강(江: 장쑤성)과 절(浙: 저장성) 지방의 매화는 모두 병이 들었다. 문인화가들이 끼친 폐해가 이 정도로 심할 줄이야!

나는 300개의 매화 분재를 샀는데 모두 병들었고 온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3일 동안 울고 나서 그것들을 치료해 주고 풀어주고 순리대로 살게 해주겠다고 맹세한 뒤, 화분을 깨뜨려 모두 땅에 묻어주고 동여맨 끈을 풀어주었다. 5년을 기약으로 반드시 그것들을 회복시키고 온전하게 해주겠다고 다짐했다.

◆제시문 (나)

무량수전은 고려 중기의 건축이지만 우리 민족이 보존해 온 목조 건축 중에서는 가장 아름답고 가장 오래된 건물임이 틀림없다. 기둥 높이와 굵기, 사뿐히 고개를 든 지붕 추녀의 곡선과 그 기둥이 주는 조화, 간결하면서도 역학적이며 기능에 충실한 주심포의 아름다움, 이것은 꼭 갖출 것만을 갖춘 필요미이며 문창살 하나 문지방 하나에도 나타나 있는 비례의 상쾌함이 이를 데가 없다. 멀찍이서 바라봐도 가까이서 쓰다듬어 봐도 무량수전은 의젓하고도 너그러운 자태이며 근시안적인 신경질이나 거드름이 없다.

무량수전 앞 안양문에 올라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눈길이 가는 데까지 그림보다 더 곱게 겹쳐진 능선들이 모두 이 무량수전을 향해 마련된 듯싶어진다. 이 대자연 속에 이렇게 아늑하고도 눈맛이 시원한 시야를 터줄 줄 아는 한국인, 높지도 얕지도 않은 이 자리를 점지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층 그윽하게 빛내 주고 부처님의 믿음을 더욱 숭엄한 아름다움으로 이끌어 줄 수 있었던 뛰어난 안목의 소유자, 그 한국인,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빙빙 도는 그 큰 이름은 부석사의 창건주 의상대사이다.

이 무량수전 앞에서부터 당간지주가 서 있는 절 밖, 그 넓은 터전을 여러 층 단으로 닦으면서 그 마무리로 쌓아 놓은 긴 석축들이 각기 다른 각도에서 이뤄진 것은 아마도 먼 안산이 지니는 겹겹한 능선의 각도와 조화시키기 위해 풍수사상에서 계산된 계획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석축들의 짜임새를 바라보고 있으면 신라나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조물의 조화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고, 그것은 순리의 아름다움이라고 이름 짓고 싶다. 크고 작은 자연석을 섞어서 높고 긴 석축을 쌓아올리는 일은 자칫 잔재주에 기울기 마련이지만, 이 부석사 석축들을 돌아보고 있으면 이끼 낀 크고 작은 돌들의 모습이 모두 그 석축 속에서 편안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희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제시문 (다)

르네상스 시대 궁정의 여성에게는 무엇보다도 ‘우아함’이 요구되었다. 우아하게 보이기 위해 가장 조심하고 피해야 할 것은 ‘꾸민 듯함’이다. ‘꾸민 듯함(아페타티오네)’은 ‘아무런 티도 안 냄(스프레짜투라)’과 대비된다. ‘우아함’을 훌륭하게 연출하는 최대의 요령은 이 ‘아무런 티도 안 냄’에 있다.

‘우아함’을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고 한다면 설명할 수 있다. ‘아무런 티도 안 냄’이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하면서 마치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우아함’이 가장 잘 드러나게 된다. 타인이자 동료인 궁정인들의 시선을 과도할 정도로까지 의식하고 계산한 끝에 나오는 연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결코 표면에 드러내서는 안 된다. 주체가 연기하는 ‘아무런 티도 안 냄’이라는 ‘태도(마니에라)’의 이상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그러므로 자연스러움이란 인위적인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바로 이 패러독스에 ‘아무런 티도 안 냄’의 본질이 있다.

특히 여성은 그 태도나 몸가짐에서 가능한 한 ‘아무런 티도 안 나게’ 행동할 필요가 있다. 즉 섬세하게 갈고 닦은 정신을 지니면서도 늘 아무런 궁리나 노력도 하지 않은 듯이 보여야 하는 것이다. 줄리아노의 말처럼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더욱 아름다움에 신경을 쓰는 게 당연하고도 정당한 일”이기에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 교묘하게 이 패러독스를 연기해야 한다.

[예시 답안]

제시문 (가), (나), (다)의 공통된 주제어는 아름다움이다.

제시문(가), (나)와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적인 아름다움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나뉜다. 제시문 (가)는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인위적인 것은 오히려 대상의 아름다움을 파괴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제시문 (가)에서 설명된 옛 문인들이 곧게 뻗은 매화의 가지를 잘라 결국 매화를 병들게 했다는 일화에서 잘 알 수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시문 (나) 또한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인위적인 아름다움보다 선호한다. 왜냐하면 순리의 아름다움은 건축물이 자연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을 돋보이게 만들면서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는 제시문 (나)에서 주위 배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축물을 예찬하는 것에서 유추해 낼 수 있다. 이에 반해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적인 아름다움보다 선호하고 있다. 제시문(다)에 따르면, 주체가 연기하는 아름다움은 타자의 시선에 의해 구성된다. 즉, 아름다움이 타자의 시선에 맞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이를 볼 때 제시문 (다)가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자연적인 아름다움보다 더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시문 (나)와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야 하는가에 따라 나뉜다. 제시문 (나)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시문 (나)에 따르면 건축물의 기둥의 높이와 굵기, 문에 나타나는 비례와 지붕의 곡선 등은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이들이 겉으로 볼 때 자연과 조화가 이루어 졌을 때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에 반에 제시문 (다)는 인위적인 아름다움을 만들려는 노력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아무런 티도 안내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제시문 (다)에 따르면 ‘우아함’은 기교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면서 아무런 노력이나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게 할 때 가장 잘 드러난다. 윤수빈ㆍ경기 고양시 백석고 졸

[문제 분석과 답안 총평]

3자 비교 문제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1번 문제에서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를 출제해왔다. 다만 이번 논술에서 변화된 점은 3개의 제시문에 나타난 공통된 주제어를 먼저 찾으라고 한 것이다. 주제의 공통점을 찾으라는 것으로 제시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는 비교하기의 전형적인 유형이다.

이번 논술 문제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문제다. 우리는 흔히 자연이 만들어 낸 일출이나 석양을 보는 것은 아름답다고 여기면서도 인위적으로 만든 도시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는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식의 허를 찔러 자연적 미에 인위적인 노력을 더해 만들어진 대상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하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즉 인위적으로 아름다움을 창출하려는 노력도 인정받을 수 있고 인위적으로 만든 아름다움도 충분한 미적 가치가 있다는 시각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인문계열 논술은 총 2문제를 2시간 내에 써내야 한다. 글자 수는 총 2,000자 내외이다. 주제는 철학적 사고에 기반을 둔 인문학적 주제가 자주 출제된다. 그 주제를 크게 분류하면 ‘나, 너 그리고 우리’라고 보면 된다. 쉽게 말하면 인간의 개인적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상들을 철학적 주제로 엮어 출제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연세대가 출제한 대표적인 사례로 죽음, 기억, 아름다움, 웃음, 늙어감 등을 들 수 있다. 인간만이 가지는 고유한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나, 너, 우리’라는 인간에 관련한 철학적 주제를 던진다. 이런 주제에 잘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소 논술 잡지나 인문학적 주제를 담은 책을 읽는 것이 필요하다. 배경지식을 쌓는 차원에서 언어영역의 비문학 지문을 꼼꼼하게 읽는 것도 좋다. 대신 내용을 읽되 암기하려 하지는 말아야 한다.

학생의 예시 답안에 대해 전반적인 평가를 하면 논술의 기본 역량이 갖춰진 우수한 답안에 속한다. 다만 형식적 차원에서 따져볼 때 비교하기의 문장 구성에 아직 불안한 감이 있다. 첫 3개 제시문 내용을 동시에 비교하는 문제에서 1 대 1 대 1 방식을 채택하?않았기 때문이다.

비교하기 문제의 특징은 3개를 먼저 2 대 1로 두 묶음으로 나눈 후 한 묶음으로 분류된 2개의 제시문 내용을 다시 비교해야 한다. 학생의 답안은 이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첫 단락에서 (가), (나)를 묶고 (다)를 하나로 분류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다시 (가)와 (나)를 다시 비교하여 그 내용을 분석해야 한다. 다만 학생은 새롭게 (나), (다)를 비교하고 있다. 이것은 제시문 2개 비교하기를 2번 작성한 것으로 제시문의 요구사항인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가), (나) 대 (다)로 2개를 비교한 꼴이 되고 그 다음에 다시 (나) 대 (다)를 새롭게 비교한 셈이기 때문이다.

3개의 제시문을 비교하는 문제는 까다롭다. 3개를 비교하는 기준을 찾는 것보다는 지금처럼 2개만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을 찾는 것이 쉽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경우 대개 ‘1 대 1 대 1로 비교’하거나 ‘2 대 1로 비교한 후 2개를 다시 1 대 1로 비교’하는 방식이 많이 쓰인다. 후자의 방식으로 2번 비교를 하지 않고 위 학생의 답안처럼 한 번만 비교하면 내용이 허술해지거나 비교가 아닌 제시문 요약처럼 보일 수 있다.

사소한 것을 하나 지적하자면 첫 문장 이후에 문단을 다시 시작하였는데, 첫 문장 뒤는 문단을 나누지 않는 것이 글자 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한 문단은 여러 개의 문장으로 구성되며 특별한 경우에만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한 문단을 쓴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또한 ‘만들어 진다’와 ‘이루어 졌을 때’ 하나의 단어이므로 띄어 쓰지 않고 ‘만들어진다’와 ‘이루어졌을 때’로 붙여 써야 한다. 김경석ㆍ종로학원 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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