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가 지난해 기초지방자치단체들 가운데 5대 강력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ㆍ절도ㆍ폭행) 발생률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남 장흥군이었고, 가정폭력은 경기 동두천시에서 빈발했다.
민주당 유대운 의원은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역ㆍ권역ㆍ도시 규모별 전국 치안환경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전국 250개 경찰서에서 입수한 지난해 범죄 통계를 시군구 등 기초단체별 면적, 인구, 경찰관 정원, 방범용 폐쇄회로(CC)TV 대수 등과 비교한 것이다. 전국 경찰서 250개와 기초단체 230개의 관할 구역이 동일하지 않아 일부 지역이 제외됐으나 기초단체별 치안환경을 인구 1만명 단위로 종합 분석한 것은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총 범죄 발생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대구 중구(1,137.9건)로 전국 평균(333.7건)의 3배에 육박했다. 이어 서울 중구(1,060.8건), 부산 중구(1,010건), 서울 종로구(762.1건), 광주 동구(716.7건) 등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시 중심지역에 범죄가 집중됐다. 가장 낮은 곳은 강원 평창군(99.7건)이었다.
5대 범죄는 제주 서귀포시(472.9건)가 1위였고, 총 범죄 발생률이 높은 대구 중구(431.1건), 부산 중구(395건), 서울 중구(394.9건), 부산 동구(381.9건)가 상위권에 올랐다. 제주도 안에서도 제주시는 서귀포시와 달리 전국 평균(119.9건)의 절반 수준인 58.6건이었다. 서귀포시는 범죄 유형별로도 폭력 1위(216.9건), 절도 2위(241.2건) 등 수위에 올랐다.
학생 1,000명당 학교폭력 가해학생 수는 전남 장흥군(44.4명), 부산 강서구(19명), 전남 고흥군(17.6명), 전북 진안군(17.3명), 경남 하동군(15.8명) 순이었다. 가해학생 수가 가장 적은 곳은 강원 양구군으로 0.3명에 그쳤다.
1만 가구당 가정폭력 발생률이 높은 곳은 경기 동두천시(13.2건)에 이어 서울 은평구(12건), 서울 동대문구(11.9건), 경기 군포시(11.8건), 경기 광주시(11.6건) 등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밖에 강도는 경기 수원시(75건), 사기는 서울 강남구(153.4건), 성폭력은 부산 중구(46.1건), 절도는 대구 중구(243.8건)가 각각 1위를 차지했다.
범죄가 많은 지역은 전반적으로 경찰 밀도(1㎢당 경찰 수)와 CCTV 밀도(1㎢당 CCTV 대수)가 높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불균형을 보였다. 5대 강력범죄 발생률 1위인 제주 서귀포시는 경찰관 1인당 담당 인구가 전국 평균(525명) 수준인 528.7명인 반면, 관할 구역이 넓어 경찰 밀도는 전국 평균(7.7명)의 20분의 1도 안 되는 0.3명에 불과했다. CCTV 밀도도 0.3대로 전국 평균(4.6대)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강원랜드로 인해 유동인구가 많은 강원 정선군은 총 범죄 발생률이 9위(532.4건)인데도 경찰 밀도(0.1명)와 CCTV 밀도(0.1대)가 최하위였다.
유 의원은 "경찰서와 기초단체의 담당구역이 달라 범죄 관련 데이터조차 공유가 안 된다"면서 "지역 상황에 맞는 치안대책을 세우려면 새로운 범죄통계 시스템을 만드는 등 경찰과 기초단체간 유기적인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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