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주요 30개국 가운데 여성 및 고령자 고급 인력이 가장 큰 비율로 사장(死藏)되는 나라로 평가됐다. 경제발전에 유용하게 쓰일 인적 자원이 국제 기준보다 턱없이 낮은 은퇴 연령과 직장에서의 성차별로 인해 버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013년 연차총회'에 맞춰 12일(현지시간) 배포한 '양성(兩性)평등과 경제발전'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회원국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남성보다 낮고 학력이 같더라도 낮은 임금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그 차별의 정도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OECD 대부분 국가에서는 여성(15세 이상) 인구의 절반 이상이 경제활동(평균 54.5%)에 참가하고 있지만, 한국(49.2%)과 일본(49.4%)만 40%대에 머물렀다. 또 한국에서는 경제 활동에 참가하는 여성 근로자의 남성대비 임금 수준이 44%에 불과했으며, 대졸 이상 고학력 여성의 경우도 남성 근로자의 57% 수준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영국은 물론이고 이웃 대만의 대졸 여성 근로자들이 남성 대비 75%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런 경향은 국내 연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최근 펴낸 '공공기관의 양성평등적 인력관리'자료에서 주요 45개국의 기업 임원 중 여성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1.9%)의 비율이 43번째로 낮았다고 밝혔다. 또 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 때문에,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가운데 1급(24%)이나 임원(18.3%) 승진을 꿈꾸는 비율이 남성(1급 36.5%, 임원 28.6%)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IMF는 경쟁국보다 3~5년 이상 빠른 공식 은퇴 연령도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았다. 한국의 공식 은퇴 연령은 만 60세(2011년 기준)인데, OECD 회원국 가운데 60세 은퇴자에게 공적 연금을 지급하는 나라는 프랑스와 터키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다. 반면 미국 영국 독일 등 대부분 OECD 회원국은 65세를 공식 은퇴 연령으로 지정해 공적 연금을 운영하고 있으며, 심지어 이스라엘과 노르웨이 등은 67세까지 고령 인력의 현장 근무를 인정하고 있다.
IMF는 "노동 현장의 성차별이 2030년까지 사라지면 그 자체 효과만으로 세계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12%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IMF 전 회원국에 직장에서의 양성 평등을 높이는 방향으로의 개혁을 주문했다.
워싱턴=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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