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의혹과 논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가 대형 극장에서 쫓겨난 데 이어, 인터넷(IP)TV와 케이블TV에서도 강제 퇴출당했다. 업계에서는 보수단체들의 상영 중단 압박 때문으로 보고 있다.
13일 이 영화의 배급사 아우라픽처스와 업계에 따르면 KT 미디어허브는 지난달 12일부터 1만원에 제공하던 천안함 프로젝트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를 IPTV에서 중단했다.
KT측이 내세우는 이유는 고객들의 항의 때문. KT미디어허브 관계자는 "1만원 보다 낮은 가격에 서울 청계천 광장과 부산역 광장 등에서 무료 상영회와 공동 상영회 등이 열리는 바람에 1만원씩 내고 VOD를 보는 사람은 뭐가 되느냐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수단체의 항의 집회가 KT미디어허브의 VOD 제공 중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은 2일 광화문 KT사옥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IPTV에서 천안함 프로젝트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집회에서는 이석채 KT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주장까지 터져 나왔는데, 특히 이날 KT측 모 임원이 집회 참석자들과 면담하고 해명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달 16일에는 케이블TV인 '헬로TV'와 온라인ㆍ모바일 채널인 '티빙'도 이 영화의 VOD 공급이 중단됐다. 운영사인 CJ헬로비전 관계자는 "화질 등 기술적 문제로 서비스를 중단했다가 기술적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기저기서 항의성 전화가 오는 등 불필요하게 논란에 휩싸일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판단에서 서비스 재개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IPTV 서비스를 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도 VOD서비스를 중단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보통 영화관 상영이 끝나는 시점에서 서비스 가격을 내려 다시 서비스를 할 때까지 서비스를 쉬곤 하는데 지금이 그 시기"라면서도 "외부에서 (왜 서비스를 하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천안함 프로젝트는 지난달 5일 전국 메가박스 22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사흘 만에 중단됐다. 당시 극장 측은 "(영화내용에 불만을 가진) 보수단체들이 상영 중단을 협박했고 이것이 일반관객들에게 위협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와 영화계 관계자들은 상영영화수가 제한되어 있는 극장과 달리, VOD 제공편수의 제한이 없는 유료방송에서 특정 영화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사실상 강제 하차된 건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VOD는 유료서비스인 만큼 소비자들이 알아서 돈을 내고 볼 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면 될 일"이라며 "영화 유통 채널까지 외부압력에 흔들리는 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원동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은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퍼져있다"며 "자꾸 이런 현상이 일어나면 문화예술인이 열패감을 느끼고 스스로 검열하게 되는데 그게 가장 무섭다"고 안타까워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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