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마련한 원자력발전소 증설 및 공급확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이 전면 수정될 전망이다. 어제 공개된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2013~2035년)' 초안은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대에서 묶는 한편 에너지원 세제 개편과 수요관리를 통해 전기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골자다. 연말에 확정ㆍ시행될 기본계획은 국가 최상위 에너지 계획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기존 흐름에서 크게 방향을 틀 것임을 예고했다.
민관 워킹그룹이 정부에 제출한 초안은 2035년까지 전체 발전원 중 원전 비중(설비용량 기준)을 41%로 잡았던 MB정부의 계획을 22~29%로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1978년 고리원전 1호기 준공 이후 35년 동안 이어져온 원전 확대 정책의 본격적 수정으로 에너지 정책의 대대적 전환을 예고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의 잇따른 고장 및 안전관리 소홀 실태가 드러나 원전에 대한 국민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불가피한 대응이다. 다만 이에 따라 앞으로 노후 원전의 폐쇄와 착공하지 않은 원전 건설 계획의 취소가 잇따를 전망이어서 후속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 대응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국내 전력 사용량이 연평균 2.5%씩 늘어와 이대로 두면 현재 19%인 전력의 비중이 2035년에는 28%까지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수급 대책의 마련이 급선무다. 정부의 적극적 수요관리를 통해 전력 수요를 최대한 줄여도 일정 규모의 발전시설 확충은 불가피해, 원전의 공백을 화력발전이나 신재생에너지로 메워야 하는데 현실적 한계가 낙관론을 가로막는다. 신재생에너지 개발이 아직 경제성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석탄의 2배에 달하는 천연가스(LNG) 발전도 함부로 늘리기 어렵다.
이런 난점을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노력과 가계의 전기절약이 필요하고, 전기요금 체계의 획기적 개편이 그나마 현실적인 촉진 방안이다. 그를 위한 사회적 합의의 도출이 정부의 주된 과제인 셈이다. 연말의 최종 기본계획에는 그런 구체적 대안이 함께 담기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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