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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데 헛헛하네… '대세배우' 하정우 감독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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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긴데 헛헛하네… '대세배우' 하정우 감독 데뷔작

입력
2013.10.1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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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웃긴다. 요절복통의 등장인물들이 관객의 배꼽을 정조준하고, 장난기 어린 대사가 눈가 주름을 깊게 만든다. 웃고 싶은데 그다지 웃을 일 없는 관객은 만족스러운 94분을 보낼 듯하다. 충무로의 블루칩 배우 하정우가 처음 메가폰을 쥐며 시선을 모은 이 영화는 꽤 잘빠진 코미디다.

설정부터 웃기려 든다. '육두문자맨'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욕설로 벼락 한류 스타가 된 마준규(정경호)가 스크린의 중심에 선다. 도쿄에서 서울행 비행기를 탄 그는 예상치 못한 시련을 맞이한다. 막 결혼한 여성 승객이 뜨거운 눈빛으로 그에게 사인 요청을 하고 마준규가 출연한 영화에 투자했다는 대기업 회장이 여비서와 탑승해 '갑질'을 마다하지 않는다. 진짜인지 의심스러운 스님이 "고기는 먹지 마라" 등 걸핏하면 참견하려 든다. 마준규와 한때 밀애를 즐겼던 여승무원이 다짜고짜 그의 뺨을 때리는데 다른 승무원들은 여전히 그에게 구애의 눈빛을 보낸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마준규가 온통 정신을 뺏겼는데 설상가상 비행기는 태풍에 휘말려 추락 위기에 처한다.

웃음의 대부분은 욕설 섞인 속사포 대사로부터 온다. 영화 속 태풍의 이름은 냉기미와 아사리. 일상에서 흔히 쓰이는 욕설과 속어를 응용했다. 마준규의 신경을 거슬리는 회장이 거느린 그룹 이름은 지질함이 묻어나는 짜사이. 중국음식점 밑반찬이다. 영화는 그렇게 근엄이란 가면 뒤에 숨은 인간 군상들의 비루함을 야유한다. 등장인물들의 말투와 동작 하나하나에 성격이 배어난다. 10여 년 배우 생활로 다져진 하정우의 영화적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웃고 웃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답을 찾긴 쉽지 않다. 삶에 대한 성찰도, 특별한 메시지도 딱히 없다. 그래서일까 강한 웃음 뒤 짙은 허무가 느껴진다. 기내에서 벌어진 한바탕 소동에 집중하다 보니 극적 힘은 약하다. 전반부에 비해 후반부에서 덜 웃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하정우 감독은 "태풍 때문에 비행기 착륙에 실패한 류승범의 경험에서 착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화의 동명 중국소설을 바탕으로 한 '허삼관 매혈기'도 연출할 예정이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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