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하던 단속 대상자가 추락사하면서 정신적 충격 등을 받아 질병에 걸린 불법체류 외국인 단속 공무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단독 문준섭 판사는 법무부 서울출입국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김모(58)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불승인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3일 밝혔다.
2010년 10월 출입국사범 단속팀장인 김씨와 부하 직원들이 서울 금천구의 한 의류업체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던 중 이를 피하던 베트남인이 공장 2층에서 추락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김씨는 이 일로 같은 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받는가 하면, '쥐 잡듯 한 단속에 인명 추락, 인권 추락'이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와 서울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열린 '반인권적 단속' 규탄 시위 등에 시달려야 했다.
김씨는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단속 업무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2011년 1월 부서를 옮겼다. 하지만 이어지는 야근과 당직 근무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와중에 김씨는 4월 자택에서 수면 중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져 '심장정지' 진단을 받았다. 이에 김씨는 공무상 요양승인 신청을 냈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질병과 공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업무상 누적된 육체적ㆍ정신적 피로 및 스트레스가 김씨의 질병 발생의 주요 원인"이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이 내린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김씨가 베트남인 사망 사고와 그에 따른 비난 여론 형성 등으로 매우 큰 정신적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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