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재는 원래 기풍이 그리 치열하지 않은 편이다. 과거 이창호의 전성기 때와 비슷하다고나 할까. 초 · 중반에는 결코 무리하지 않고 적당히 균형을 맞추다가 후반 끝내기 때 집중력을 발휘해서 승리를 낚아채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초반 운영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자주 듣는다.
이 바둑에서도 마찬가지. 이호범이 1로 상변 삭감을 시도했을 때 2, 3을 교환한 후 그냥 손을 빼서 4로 방향을 전환한 게 너무 느슨했다. 지금은 일단 A로 모자 씌워서 적극적으로 선제공격을 펼치고 싶다는 윤현석 9단의 관전 소감이다. 흑이 얼른 5로 뛰어 나가서 이제는 더 이상 공격이 되지 않는다.
김승재가 대신 6으로 우상귀에 침입해서 대가를 구하려 했지만 12 때 13이 적절한 반격이다. 22까지 실전 진행은 흑이 귀는 내줬지만 대신 백 상변 두 점을 잡아서 별 불만이 없는 모습이다.
23 때 24도 너무 침착했다. 자신의 약점을 지키면서 흑돌에 대한 공격을 노리는 두터운 수임에 틀림없지만 그보다 먼저 1, 2를 선수 교환해서 이 부근을 응급처치한 다음 3으로 두는 게 올바른 수순이었다. 반대로 27, 29가 너무나 기분 좋다. 결국 40까지 죽죽 밀려서 중앙이 갑자기 흑의 세력권으로 변했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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