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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강제사찰권 지닌 화학무기 확산 방지 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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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평화상] 강제사찰권 지닌 화학무기 확산 방지 첨병

입력
2013.10.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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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화학무기금지기구(OPCW)는 1997년 설립돼 대표적 대량살상무기인 화학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해온 국제기구다. OPCW가 유력 후보들을 제치고 수상자로 선택된 것은 8월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민간인 1,00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터진 것과 무관치 않다.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미국ㆍ유럽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비난 속에 화학무기 폐기를 전격 선언함에 따라 세계에서 손꼽히는 화학무기 보유국 시리아를 무장해제하는 임무를 맡은 OPCW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노벨위원회의 선택은 OPCW의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 작업을 격려하고 반세기에 걸친 인류의 화학무기 비확산 노력을 평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강제사찰권 지닌 막강한 감시기구

OPCW는 화학무기금지협약(CWC)을 존립 근거로 한 유엔 산하 기구로, 한국 등 CWC에 가입한 189개국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1997년 4월 29일 발효된 CWC는 가입국에 대해 ▲협약 발효 30일 이내 화학무기 보유 여부 신고 및 보유무기 10년 내 폐기 ▲평화적 연구 목적을 제외한 화학무기의 개발ㆍ생산ㆍ비축ㆍ사용 금지 ▲화학산업 시설 의무 신고 및 사찰 수용 의무화 ▲화학무기 제조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는 물질에 대한 무역통제를 요구한다. 1991년 세계 유일의 다자간 군축협상기구인 제네바군축회의에서 전체 회원국 합의로 채택되고 이듬해 유엔총회에 상정돼 지지를 받은 CWC는 1993년 1월 프랑스 파리에서 125개국 서명으로 체결된 지 4년 만에 각국 비준을 거쳐 발효됐다. 북한, 이집트, 앙골라, 남수단은 CWC 미가입국이고 이스라엘, 미얀마는 CWC에 가입했지만 비준은 하지 않은 상태다. 시리아는 지난달 12일 CWC에 가입했다.

OPCW는 회원국을 상대로 협약 이행 여부에 대한 정기적 사찰 권한과 화학무기 관련 의혹을 받는 국가에 대한 강제사찰권을 갖고 있다. 1997년 창설 이후 지금까지 86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5,167회 사찰했는데 이중 2,700여건이 화학무기 관련 시설이 대상이었다. OPCW는 특히 국제전으로 비화할 위기에 처했던 시리아 화학무기 사태 당시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전면폐기 해법을 도출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OPCW 사찰단은 지난달 30일부터 시리아에 파견돼 화학무기 현황 조사 및 생산시설 해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OPCW 본부에서는 500명 가량이 일하고 있으며 터키 외교관 아흐메트 우줌쿠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연간 예산은 1억달러(1,072억원·2011년 기준)다.

대량살상무기 군축의 첨병

CWC와 그 집행기구인 OPCW는 냉전 이래 반세기에 걸친 화학무기 확산 방지 노력의 결실이다. 화학무기는 핵무기와 함께 국제사회가 제네바군축회의를 중심으로 추진해온 군비축소 사업의 핵심 영역이다.

화학무기 금지가 제네바군축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한 때는 냉전이 한창이던 1969년이다. 1960년대 예멘 내전에 개입한 이집트군의 신경가스 사용, 베트남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고엽제 살포 등으로 생화학무기에 대한 국제적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냉전의 양 축이던 미국과 소련이 생화학무기 폐기를 최우선 의제로 다루자는 스웨덴의 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1977년 미국과 소련의 비공식 실무그룹 구성으로 탄력을 받은 CWC 초안 마련 작업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집권한 소련이 1987년 자국 화학무기 폐기를 전격 선언하고 미국에 호응하면서 궤도에 올랐다. 이 시기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이라크가 이란 병력뿐 아니라 자국 민간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도 CWC 체결이 시급하다는 공감대를 만들었다.

CWC는 군축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고 완벽을 기한 협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학무기의 사용뿐 아니라 생산ㆍ개발ㆍ비축도 금지하고 이를 이행할 철저한 검증장치와 강제사찰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OPCW는 인류 평화의 핵심과제라 할 수 있는 군축사업의 전범이자 첨병이라 할 수 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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