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차기 전차 '흑표'(K-2)에 장착되는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 개발 기한이 또 늦춰졌다. 국산화에 집착하다 전력화와 수출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방위사업청은 11일 김관진 국방부 장관 주재로 열린 제7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K-2 탑재용 1,500마력 엔진ㆍ변속기 핵심기술 개발 사업 기간을 내년 6월에서 12월로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 8월 말까지 진행된 K-2 국산 파워팩 시험평가 결과 군의 작전요구성능(ROC)을 충족하지 못해 시험평가 기간을 내년 9월까지 1년 늘려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업 기간 연장은 처음이 아니다. 2009년 2월 시작된 K-2 국산 파워팩 시험평가는 주로 엔진 결함 탓에 여러 차례 중단됐고 애초 2010년 말이었던 사업 기한도 세 차례나 미뤄졌다. 이번에도 엔진이 문제였다. 지난 4월 내구성 검증을 위한 주행시험 도중 엔진 실린더가 파손됐고 제작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는 새 엔진 시제품을 만들어 다시 시험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더 이상 기한 연기는 없다고 공언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2016년 국산 K-2 2차 양산(100대)에 들어가려면 내년 말까지는 파워팩 국산화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내년 6월부터 도입되는 K-2 초기 생산분 100대에는 독일제 파워팩이 장착된다. 파워팩 국산화 시기 지체로 K-2 양산이 계속 연기되자 일단 '반(半)국산'부터 만들기로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사업 기간을 마냥 늘려준다고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사업 지연으로 전차 양산이 늦어질 경우 실전 배치는 물론 터키 등을 상대로 추진 중인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장은 "독일이 12년 걸리고 미국은 포기한 전차 파워팩 개발을 백지 상태에서 10년 만에 해낼 정도로 국내 기술력 수준이 높지는 않다"며 "수입산 파워팩을 적용한 전차를 먼저 양산해 전력화 시기를 맞추고, 파워팩 국산화를 위한 연구ㆍ개발은 여유를 갖고 지속해가는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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