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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던 엄마가 웃습니다, 곱창집 희망의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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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겹던 엄마가 웃습니다, 곱창집 희망의 춤

입력
2013.10.1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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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풍납시장 골목에서 때아닌 춤판이 벌어졌다. 작업 바지에 주황색 앞치마를 걸친 젊은이들이 '곤드레만드레' '둥지' 등 신나는 트로트 곡에 맞춰 온몸을 흔들어댔다. 주변 가게 상인들도 잠시 일손을 놓고 춤판에 빠져들었다.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한 할머니가 발길을 멈추고 이들과 어울려 어깨춤을 추기도 했다.

신나는 춤판이 벌어진 곳은 '소영이네 곱창가게' 앞. 이곳은 아름다운재단이 한부모 여성 가장의 경제적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시작한 '희망가게' 160호점이다.

2003년 닻을 올린 희망가게 사업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아름다운재단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가장 아름다운 당신을 위한 아름다운 땐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절망을 딛고 일어선 여성 가장들의 춤을 영상에 담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취지다.

프로젝트의 기획과 진행은 현대무용가 안은미씨가 맡았다. 이날 춤판을 이끈 것도 안은미컴퍼니의 무용수들이다. 이들은 지난 8월부터 서울을 비롯해 강원 충청 대구 부산 등 전국의 희망가게 27곳을 돌며 춤판을 벌이고, 희망가게 사장님들의 굴곡진 삶과 긍정의 에너지가 녹아 있는 춤사위를 영상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날 '아름다운 땐쓰'팀이 찾은 곱창집의 사장 방진숙(44)씨는 올 4월 가게를 열었다. 고2, 중2 남매를 둔 엄마 가장인 그는 소기업 영업사원으로 일하며 받는 월급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 창업을 결심했다. 1년간 곱창가게에서 일하며 장사 노하우를 차근차근 배웠다. 월 66만원으로 힘겹게 버티면서도 '나도 사장님'을 꿈꾸며 희망을 키웠다.

8평(26.4㎡)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은 4개뿐. 겉보기엔 작고 볼품없지만, 월 매출 700만원이 넘는 알짜가게다. 비록 융자를 받긴 했지만 17평짜리 '내 집'을 장만해 지긋지긋한 월세살이를 면했다. 최근엔 아이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던 학원도 보내준다.

방씨는 "정말 행복한 마음으로 춤을 췄다"고 했다. 춤 추는 동안 지난 아픔들도 스쳐갔다. 그는 "올해 생일날, 그 동안 용돈도 제대로 주지 못했던 아이들이 조각 케이크과 편지를 건넸을 때를 잊지 못한다"며 "잘 길러줘서 고맙다, 나중에 돈 많이 벌어 효도하겠다는 아이들 말에 용기를 얻었고 미래를 꿈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함께한 희망가게 창업주 모임 총무인 윤정희(45ㆍ51호점 사장)씨는 "힘겹게 살 땐 춤을 춘다는 건 생각도 못했다"며 "춤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창업주 모임에 나가보면 재능 있는 여성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대부분의 한부모 여성 가장들이 현실에 치여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무용가 안은미씨는 "희망가게의 규모는 비록 작지만 창업주들이 가진 삶의 에너지만큼은 어마어마한 것"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희망의 에너지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져서 더불어 사는 사회의 참뜻이 실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은 11월 서울미술관에서 여는'10주년 희망가게-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여성' 행사에서 완성된 영상을 공개할 예정이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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