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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산이 복합영양제? 자연이 키워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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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산이 복합영양제? 자연이 키워야 제맛!

입력
2013.10.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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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충남 서천군 비인면 다사항 앞바다. 김 양식업을 하는 김부곤(55)씨가 지난달 포자를 붙여 놓은 김발을 뒤집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인다. 성긴 그물처럼 생긴 김발을 모두 뒤집을 때까지 별말이 없다. 태풍 '다나스'의 영향으로 며칠 동안 바다에 나서지 못한 탓에 마음이 더 급하다. 하루 한번 김발을 뒤집어 햇볕에 말리지 않으면 파래나 잡조류와 같은 잡태가 달라붙어 제값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0년 경력이지만 김발 300척(김발 1척은 폭 1.8m, 길이 40m)을 다 뒤집자니 입에서 단내가 난다. 남들처럼 활성처리제나 복합영양제를 쓰면 매일같이 김발을 뒤집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김씨는 친환경 방식을 고집한다. 그는 "바닷물에 희석된다고는 하지만 염산이 든 약품을 우리 가족이 먹을 김이라면 뿌릴 수 있겠냐"며 "자연이 키워야 김 고유의 향과 맛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본격적인 김 수확 철을 앞두고 유독성 물질인 염산 황산 질산 등(무기산)의 불법사용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최근에는 업체들이 제도상 허점을 파고 들어 허용치 이상의 무기산이 함유된 제품을 '복합영양제'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유통하고 있지만, 당국은 단속규정이 없다며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어민들이 김 양식장에 염산을 뿌리기 시작한 건 1982년 무렵으로 알려져 있다. 갯벌에 지지대를 박고 그 위에 발을 달아 조수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햇볕에 말리고 물에 잠기기를 반복하며 김을 키우는 전통 방식(지주식)에서, 부레에 발을 매달아 놓아 김이 항상 바닷물에 잠겨있도록 하는 부류식으로 양식 방식을 바꾸면서부터다.

부류식은 인건비가 적게 들면서 생산량은 많아지는 장점이 있지만 잡태가 끼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진다. 그런데 김 수확을 앞두고 염산을 뿌리면 잡조류가 제거되고 김 포자 성장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남해안에서부터 사용 어민이 늘기 시작했다. 염산을 일종의 제초제로 쓰는 셈이다.

해양수산부는 김 양식어장 '활성처리제' 기준고시를 만들어 김 양식어장에 사용할 수 있는 무기산 농도를 9.5%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 좋은 고농도 무기산을 뿌리려는 어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당국 사이의 숨바꼭질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무기산 허용 기준을 초과한 제품을 복합영양제라는 이름으로 김 양식장에 버젓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해양경찰은 이들 제품이 무기산 허용 기준을 정하지 않은 농림축산부 비료관리법에 따라 비료로 허가 받은 탓에 단속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한 지방자치단체가 무기산 성분 허용 기준치를 초과한 3개 제품을 예산 4억원을 지원해 공급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충남농업기술원 분석 결과 이들 제품의 무기산 농도는 10~12.6%로 허용 기준을 0.5~3.1%포인트 초과했다. 앞서 해경이 전남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분석 결과도 비슷했다.

하지만 해수부는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의 2차 분석 결과, 무기산 농도가 6.0% 내외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문제삼지 않았다. 친환경 활성처리제를 생산하는 한 업체 대표는 "문제가 된 제품은 콘크리트 바닥에 뿌리면 거품을 내고 끓어오를 정도"라며 "무기산 함유량 검사는 어떤 조건으로 분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데, 업체 반발이 거세자 해수부가 사실상 봐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해수부는 갯벌참굴, 해삼, 전복 등 10대 전략품목을 육성해 양식 해산물 수출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하지만 김 양식장뿐 아니라 다른 어ㆍ패류 양식장에 대한 관리도 엉성하기 그지없다. 특히 사람이 상주하는 어ㆍ패류 양식장에서는 노로바이러스 감염의 원인이 되는 분변이 마구 버려지는 등 정부의 양식장 관리가 총체적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람이 기거하는 가두리관리사가 설치된 양식어장은 전국 868곳으로 이 중 화장실이 설치된 곳은 262곳에 불과했다. 상주인원만 2,713명에 달하는 양식어장 10곳 중 7곳은 분변 및 생활하수가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양식장 내로 그냥 버려진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지정한 수출패류생산 해역조차도 지난해 3월 미 식품의약국(FDA)이 실시한 위생 점검에 적발돼, 미주지역 수출이 일시 금지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일본의 원자력 방사선으로 인한 수산물 안전 위험을 염려하기 전에 우리 먹거리를 스스로 안전하게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영세한 어민에게는 화장실 설치비용도 부담되는 만큼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천=윤형권기자 yhk2@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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