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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유럽에 온 아프리카난민들… 이탈리아는 받고 독일은 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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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유럽에 온 아프리카난민들… 이탈리아는 받고 독일은 안 받는다?

입력
2013.10.11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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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이탈리아 남부 람페두사 섬 해역에서 난민선이 침몰하면서 300여명이 넘게 사망했다. 이 람페두사 참사를 계기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난민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독일 시사주간지인 슈피겔이 7일 보도했다. 아프리카와 중동 등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부 국가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EU 차원의 난민 기금 조성과 회원국들 간 분산 배치 등을 통해 난민 문제의 짐을 나눠 효과적으로 대처하자는 것이다.

더블린 조약(Dublin Regulation) 개정해야

3일 람페두사 섬의 사고 현장을 방문한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유럽이 (난민 문제에) 눈을 뜰 수 있도록 신의 섭리가 이 비극을 이끌었다"며 더블린 조약의 긴급한 개정을 촉구했다.

난민 보호를 위해 EU가 1990년에 제정하고 2003년에 개정된 더블린 조약은 "유럽으로 피난 온 난민은 도착한 첫 번째 국가에서 망명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 동안 EU 회원국들은 이 조약이 사방이 막혀있는 독일에게만 혜택을 준다고 비판해왔다. 난민들이 첫 번째 국가로 독일에 당도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독일에는 망명을 신청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세계 4위 경제 대국이지만 난민 수용 비율은 EU 회원국 중 11위에 불과하다.

더블린 조약 때문에 난민 수용에 대한 부담은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스, 폴란드 등 유럽 외곽지역 국가에 집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기아와 가뭄 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난민들은 이탈리아로, 내전에 휩싸인 시리아와 이라크 난민들은 그리스로, 체첸 반군의 테러를 피해 나온 체첸인들은 폴란드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또 더블린 조약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EU 회원국들이 공동대응하기 보다는 EU가 자금을 지원하는 수준에서, 당사자인 유럽의 외곽지역 국가들이 스스로 국경 경계를 강화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실제 EU는 지난 수 년간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쏟아 붓는 방법을 통해 유럽 외곽 국경 부근에 펜스를 세우고 순찰을 위한 경찰 인력을 늘렸고, 인공위성을 통해 지중해를 건너오는 난민선들을 감시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별 효용성을 얻지 못했다. 오히려 난민을 태운 배들을 해양 경찰 등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파도에 전복되기 쉬운 소형보트로 바꾸고, 국경 근처에서 표류한 것처럼 위장하기 위해 배의 엔진을 일부러 망가뜨리면서, 지난 수년간 익사 사고만 급격하게 증가했다. 1993년 이후 지중해를 건너오다 숨진 난민 수는 2만5,000여명에 이른다.

EU 회원국 중 난민 문제로 가장 골치를 썩고 있는 나라는 이탈리아다. 유럽으로 오는 난민 3명 중 1명은 이탈리아에 망명 신청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최단 경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탈리아에 도착한 난민 중 일부만이 일자리나 머물 곳을 얻을 뿐 대부분은 노숙자나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다. 난민의 대량 유입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자 이탈리아는 최근 리비아와 협약을 맺고 리비아 난민에 대해서는 본국으로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각 EU 국가들 난민 지원도 열악

이탈리아는 난민보호프로그램(SPRAR)를 통해 숙박 시설을 제공하고 상담과 언어 습득교육 등을 하고 있지만 그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 이탈리아에만 난민이 7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프로그램이 지원할 수 있는 대상은 약 3,000명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유럽인권위원회 닐스 무이즈니엑스 위원장은 "이탈리아 내 난민 피난처는 매우 부족해 심각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유럽국가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헝가리에 있는 난민 피난처는 대부분이 폐쇄돼 있고, 때론 난민 피난처가 춤을 추는 클럽 등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벨기에는 난민 가족들이 서로 보지 못하게 분산 수용하거나, 심각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가진 난민을 홀로 방치해둔 사례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에서는 캠프에 수용된 난민들이 반복적으로 폭력에 방치되고 있고, 폴란드에선 유엔난민기구(UNHCR)가 정한 난민 보호규칙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난민들은 복지체계가 보다 나은 독일과 스위스, 핀란드 등 중ㆍ북부 유럽 국가들에 망명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이 더블린 조약의 이행을 강조하며 난민들을 그들이 처음 도착한 EU 국가로 되돌려 보내는 것처럼 대부분의 중ㆍ북부 국가들은 난민 떠안기를 기피하고 있다.

실제 유럽통계조사청이 조사한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망명 신청 거부율에 따르면 프랑스와 벨기에가 81%로 가장 높았고, 독일이 67%로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신청자의 50% 정도를 받아들여 수용률이 가장 높았다.

더블린 조약 어떻게 바꿔야 하나

독일 프랑크프루트에 본부를 둔 자선단체 '프로아질'(Pro Asyl)의 라인하르트 마르크스 변호사는 "난민들이 망명을 택뽀?국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치가 난민이 이탈리아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독일 등 상대적으로 더 풍족한 여건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들에 난민을 분산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를 통하면 난민들에게 돈을 받고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에서 독일 등으로 밀입국시키는 유럽 내 범죄조직도 근절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더블린 조약에 따라 난민들은 법적으로는 독일 등에 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유럽 내에선 주로 밀입국 범죄조직의 도움을 얻어 그들이 가고 싶은 국가들로 숨어들고 있다.

마르크스 변호사는 "더블린 조약은 사실상 밀입국 범죄조직들의 일자리 창출 시스템"이라며 "난민들이 망명할 대상 국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된다면 해당 국가에서 난민수도 정확히 집계 돼 EU의 망명 및 이주 기금에서 난민 숫자에 따라 지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람페두사 섬의 비극 뒤에는 EU 회원국들 간의 갈등이 놓여있다"며 "하지만 이익을 따지느라 난민들의 고통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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