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방을 보면, 조선시대 당쟁이 연상될 정도로 소모적이고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새 정부 출범 후 힘있게 일할 수 있는 1~2년을 정쟁으로 허비하고 있다. 더욱 걱정인 것은 여야만이 아니라 국정원과 검찰, 청와대까지 얽히고설켜 온 나라가 헤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년을 차분하게 복기해 덧없는 정쟁을 매듭지을 때가 됐다.
우선 발단부터 살펴보자. 지난해 10월8일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NLL(서해북방한계선)은 미국이 땅 따먹기 하려고 그은 선이니 남한은 NLL 주장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시작됐다.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이 대선 직전인 12월14일 부산 유세에서 이를 거론, 불을 지폈다.
대선 직후 한 동안 잠잠해졌다가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커지던 6월24일 국정원이 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국면은 심각해졌다. 대화록에는 NLL 포기 발언이 없었지만, 새누리당은 그런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식으로 공세를 이어갔고 민주당은 대화록 취득ㆍ활용ㆍ공개의 불법성을 문제 삼았다.
이후 여야가 공동으로 국가기록원을 뒤졌지만 원본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새롭게 '사초(史草) 실종' 논란이 불거졌고 검찰 수사도 시작됐다. 검찰은 기초연금 후퇴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파문의 와중에 2일 느닷없이 참여정부 e지원에서 삭제된 대화록을 찾았다는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사초 삭제 의혹이 새롭게 제기됐다. NLL 포기 발언 여부→대화록 공개의 불법성 논란→사초 실종 의혹→사초 삭제 의혹→검찰 수사의 편파성 공방으로 쟁점이 끝없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 정쟁으로 나라는 무엇을 얻었는가. 정파적 유불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외교신뢰 붕괴와 국격 훼손, 남북관계의 뒤틀림, 민생 실종 등 국가적 피해는 심대하다. 당초 본질인 NLL 포기 발언 여부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의 2일 국회 발언, 국방부의 9일 국회 제출 자료를 보면, 일단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이 'NLL 존중 및 준수' 'NLL 기준 등면적 원칙의 공동어로수역 설정'을 지침으로 내렸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벌어진 숱한 문제들을 그냥 덮고 가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검찰이 정쟁에 끼어드는 경거망동을 중단하고 냉정하게 수사를 진행, 전후관계를 다 파악해 발표하고 처리하면 될 일이다. 정치권은 이제 그만 떠들고 당면한 국정감사와 민생법안 처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