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11개월 동안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한국명 배준호)씨의 어머니 배명희(68)씨가 방북, 11일 아들을 만났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배씨 모자는 이날 오전 평양의 한 병원에서 상봉했다. 배씨의 어머니는 "(아들의 상태가)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며 "아들의 건강이 그리 좋지는 않지만 지금은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앞서 배씨 어머니는 10일 오후 5시15분쯤 베이징을 통해 평양 비행장에 도착했으며, 공항에는 칼 을로프 안델선 평양주재 스웨덴 특명전권대사가 나와 그를 맞았다. 배씨 어머니는 앞으로 5일 동안 북한에 체류할 계획이다.
북한이 케네스 배씨 모자 상봉을 허락한 것은 이 문제를 고리로 북미 접촉을 모색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6자 회담의 조건 없는 재개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이 미국에 화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억류자 가족의 방북과 면담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며 "이는 북한이 배씨를 이용해 북미 당국 간 접촉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북한이 인도적 성격을 부각, 미국 여론에 호소함으로써 미 정부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하던 케네스 배씨는 지난해 11월 여행객들을 인솔해 함경북도 나진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돼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반공화국 적대범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았다. 이후 배씨는 건강이 악화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북한은 지난 8월말 배씨 석방 문제 협의를 위한 미국 고위 관리의 방북을 전격 제안했고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방북할 예정이었으나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한미군사 훈련을 빌미로 무산시켰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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