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한 법정관리인 선임을 두고 현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하려는 동양그룹 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개인투자자와 채권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동양그룹 5개 계열사의 법정관리 개시 여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이르면 다음주 초 나올 예정이다. 법원이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여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하면 곧바로 법정관리인을 선정하게 된다.
동양 측은 그룹의 경영 사정에 밝은 현 경영진이 법정관리인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양네트웍스의 경우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혜경 부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철 대표이사를 관리인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양시멘트는 김종오 대표이사(부사장)를 관리인으로 추천한 상태다. 김 부사장은 동양시멘트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난 1일 사표를 제출, 공동대표였던 이상화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대표를 맡았다. 이를 두고 동양시멘트가 이상화 대표를 관리인으로 내세우려는 수순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하지만 이 대표가 법정관리 신청에 영향을 미친 그룹 내 실세로 거론되면서 7일 전격 사임하자, 다시 김 부사장을 대표로 복귀시키려 하는 것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현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들어가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민을 상대로 채권, 기업어음(CP)을 돌려막기 한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정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유다. '동양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는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 등을 통해 관리인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을 배제해달라고 요청해왔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들도 동양 경영진의 법정 관리인 선임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출한 상태다.
비대위는 법원에 추천할 관리인을 직접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경섭 비대위 위원장은 "한국생산성본부와 경총에 관리인과 구조조정임원(CRO)을 할 만한 지원자의 이력서를 요청했다"며 "면접 등을 거쳐 적임자를 법원에 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동양그룹 사태 이해 관계자 간담회에서도 이 같은 입장 차이가 확인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는 박철원 동양 건설ㆍ플랜트부문 대표 등 동양그룹 계열사 경영진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 동양 채권자 비대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동양그룹 경영진은 이 자리에서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말했고, 채권단과 동양 채권자 비대위 측은 "실패한 경영진이 아닌 공정한 법정관리인이 선임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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