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문제는 원전 항만 내 0.3㎢ 범위에서 완전 통제되고 있다"고 발언한 이후 원전 작업자들이 가혹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도쿄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원전 사고 수습 작업자들이 위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장기간 노동을 감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원전 작업자의 법정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에 최장 2시간 잔업이 허용되지만 상당수 노동자들은 10시간을 채워 일하고 있고 규정 시간을 초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작업장에서 고선량의 방사선이 검출되고 있어 노동자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을 할 수 없도록 작업자들에게 선량계를 부착했지만 교묘한 방법으로 초과 근무시키는 정황도 드러났다. 한 노동자는 "작업 개시 이후 9시간30분이 지나면 선량계가 울리도록 돼있지만 작업 후 8시간 가량 지나면 일부 간부가 별도의 선량계를 가져와 현장에서 교체하는 방법으로 불법을 피해가고 있다"고 폭로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매일 3,000여명의 작업자가 일하고 있으며 이중 3분의 2가 도쿄전력의 하청업체 직원이어서 이들의 혹사 문제가 쉽게 노출되지 않고 있다. 최근 배관 장치 분리 과정에서 고농도 오염수가 유출하고 다핵종제거설비(방사능물질 제거장치)가 고장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열악한 노동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노동자는 "휴식은 없고 잔업은 많아 작업자의 피로가 누적된 것이 사고 원인의 하나"라며 "이대로 무리한 공정을 밀어붙일 경우 대형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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