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펑(李鵬) 전 중국 총리의 딸 리샤오린(李小琳)이 2000년대 초 스위스의 대형 보험회사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미국 버지니아 주 대법원에서 공개된 문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사건은 1995년 10월 스위스 대통령을 위한 국빈만찬 때 리샤오린이 학교 친구이자 재벌 둥팡(東方)그룹에 다니던 빌 자오에게 "스위스 취리히보험에서 중국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귀띔하면서 시작됐다. 이때는 리펑 전 총리가 재임하던 기간(1988~1998년)으로, 당시 둥팡그룹은 중국 최대 민간 보험회사인 뉴차이나라이프(新華人壽保險) 설립을 준비하고 있었다. 리샤오린이 "둥팡그룹에게는 기회"라고 하자, 빌 자오는 "좋은 생각"이라고 맞장구 쳤다. 빌 자오는 상관인 장훙웨이에게 보고한 뒤 뉴차이나라이프 지분을 취리히보험이 인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리샤오린은 뉴차이나라이프 대주주인 중국 사업가 3명을 소개시켜줬고, 그 대가로 취리히보험은 바하마에 개설된 크레디트스위스 계좌로 1,040만 파운드(약 178억원)를 보냈다. 장훙웨이는 이 돈이 "성의를 보이는 일종의 수수료로 알았다"고 주장했고, 돈은 그의 세 자녀 교육비로 들어갔다. 샹화이청(項悔誠) 전 중국 재정부장의 딸이 미국에서 살 집을 구입하는데도 이 계좌의 돈이 사용됐다.
취리히보험은 2000년과 2004년에 각각 5,100만 위안(약 90억원)과 4억3,760억 위안(약 765억원)을 들여 뉴차이나라이프 지분 20%를 인수했다. 1996년 설립된 뉴차이나라이프는 급성장했고, 취리히보험은 주식의 일부를 매각해 무려 4억8,500만 파운드(약 8,305억원)의 차익을 거뒀다.
텔레그래프는 "이 문서를 통해 중국에서 돈과 권력이 어떤 관계를 갖는지,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사업하기 위해 어떤 '장애물'을 뛰어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고 평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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