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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바둑계 대세 '제주 아가씨' 오정아, "올해 꼭 우승 한번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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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바둑계 대세 '제주 아가씨' 오정아, "올해 꼭 우승 한번 하고파"

입력
2013.10.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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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국내 여자 바둑계는 '제주 아가씨' 오정아(20)가 대세다.

지난 7일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15기 여류명인전 승자조 결승전에서 오정아가 전 여류국수 박지연을 불계로 꺾고 무결점으로 도전자결정전에 선착했다. 예선부터 시작해 6연승을 거두며 이룬 쾌거다. 이제 생애 첫 타이틀전까지 1승 남았다. 자신에게 져 패자조로 밀려난 박지연과 김혜민의 승자와 다시 대결해 이기면 도전자로 선발된다.

현재 여류명인 타이틀은 최정이 보유하고 있는데 오정아는 특히 최정에게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수전 예선과 락스타리그서 모두 이겼고 올해 스포츠어코드 대표선발전서도 승리, 3연승을 기록했다.

오정아는 2011년 3월에 연구생 내신성적 1위로 입단했다. 이듬해부터 내신입단제도가 폐지됐으므로 입단대회를 거치지 않고 입단한 마지막 기사가 된 셈이다.

입단은 18살에 했으니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다. 제주 성산 출신인 오정아는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02년에 혼자 서울로 올라와 장수영도장에서 기숙하면서 바둑 공부를 했다. 입단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입단대회 최종 결승에서 두 번이나 밀려나는 등 숱한 어려움을 겪다가 마침내 2011년 10년 만에 입단의 꿈을 이뤘다. 제주 출신으로는 역시 여자기사인 고주연(24 · 2006년 입단)에 이어 두 번째다.

입단 직후 지지옥션배 본선에서 활약했고 2012년에는 SG배 페어대회서 조한승과 짝을 이뤄 준우승을 거뒀지만 모두 이벤트기전이어서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프로 3년차를 맞은 올해부터 서서히 힘을 내기 시작했다. 올해 성적이 22승17패로 남자에게는 5승12패로 뒤지지만 여자들과 대결에서는 17승 5패로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최정 뿐 아니라 박지연에게도 3승1패로 앞섰고, 박지은 조혜연과 각각 1승1패로 기존 여자강자들과의 승부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국내 양대 여자기전인 여류국수전과 여류명인전에서 잇달아 본선에 올랐고 SG배 페어대회서 올해는 진시영과 짝을 이뤄 우승을 차지했다. 7월에 궁륭산병성배 출전권을 따냈고, 실내무도아시안게임대표로도 출전해 혼성페어와 여자단체전에서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8월에는 삼성화재배 여자부 통합예선에서 헤이자자, 박지은, 오쿠다, 차오요우인 등 대만, 한국, 일본, 중국의 강자들을 차례로 제치고 본선 32강에 합류했으며 9월에는 스포츠어코드대회 출전권을 따내는 등 특히 세계대회에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다.

요즘 일과는 바둑이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8월에 출범한 상비군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화요일과 금요일은 상비군 리그전과 연구회에 참가하고, 수요일은 소소회 리그, 그밖에 시합이 없는 날에는 으레 장수영도장에 나가 남자연구생이나 동료 기사들과 연습 대국을 갖거나 기보 연구를 한다. 최근에는 이세돌과 함께 서울시 '차 없는 날' 홍보대사로 위촉돼 활동 중이다. 취미는 영화감상과 친구들과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기. 같은 도장 출신인 문도원, 김혜림, 강다정과 자주 어울린다.

"제 생각에도 요즘 바둑이 무척 잘 되는 것 같아요. 올 초부터 오랜 기숙사 생활을 끝내고 언니와 함께 지내니까 아무래도 몸과 마음이 편해진 게 좋게 작용했나 봐요. 내친 김에 올해는 반드시 우승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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