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그룹 탈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1일 효성그룹 본사와 조석래 그룹회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국세청의 고발 열흘 만에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조 회장 일가와 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윤대진)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효성그룹 본사와 효성캐피탈 본사, 조석래 회장 및 아들 현준(효성 사장), 현문(변호사), 현상(효성 부사장)씨의 자택, 임직원 자택 등 10곳 가량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검사와 수사관 50여명이 투입됐으며 그룹 회장실과 임원실, 회계담당 부서 등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 회계장부, 경영관련 문건 및 내부 보고서 등을 다량 확보했다. 검찰은 특히 조 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그룹 본사 15층을 집중적으로 뒤졌고, 일부 임원의 휴대폰도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과 국세청에 따르면 효성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해외사업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자 이를 감추기 위해 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하고 그 과정에서 법인세 등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회장 일가는 1,000억원대의 차명재산을 관리하며 양도세를 탈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효성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한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조 회장 등 임원 3명을 출국금지하고, 지난 1일 이들과 그룹을 탈세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국세청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자금흐름을 추적한 결과 국세청이 고발한 혐의 외에도 해외 페이퍼컴퍼니와 현지 법인을 통한 역외탈세와 해외 자금도피, 배임ㆍ횡령 등 그룹의 조직적인 경영비리 정황을 상당 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불법행위로 조 회장 등이 회사에 끼친 손실이 최대 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그룹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효성그룹은 자산 규모가 11조원이 넘는 재계 26위 기업으로 조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아들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셋째 딸 수연씨와 결혼해 이 전 대통령과 조 회장은 사돈 관계다.
한편 효성 측은 "(회삿돈을) 비자금, 횡령 등 사적으로 사용한 적이 없으며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 이런 의혹들을 풀겠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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