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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고 싶다던 아웅산 테러범…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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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고 싶다던 아웅산 테러범… 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3.10.11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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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엔 버림받고 南엔 외면당해… 한국 송환 여론도 있었지만 무산남북교류 활발해지면서 잊혀… 버마서 25년 복역 간암으로 사망한국에 왔다면 김현희처럼 됐을까분단상황 속 북이건 남이건 국가권력에 말살당하는 인권 환기

이 책이 눈길을 끄는 것은 한 테러리스트를 추억한다는 통념을 거스르는 접근법 때문만이 아니다. 30년이 지났지만 그가 연루된 사건이 생생한데도 어째서 한 인간으로서 그의 존재감은 완전히 망각된 것일까 하는 문제제기가 새삼스럽지만 정당하기 때문이다. 그 질문의 대답으로 남북 분단 속에서는 지금도 북이건 남이건 이처럼 국가권력에 의해 말살 당하는 인권이 숱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기 때문이다.

강민철(본명 강영철). 북한군 특수부대원. 1983년 10월 버마 랑군에 다른 공작원 2명과 함께 잠입해 아웅산 테러 사건을 일으키고 도주 중 체포돼 사형 선고. 이후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형 집행정지를 받고 25년간 복역. 2008년 간암으로 사망.

아웅산 테러 사건의 전말은 당시 버마 당국의 조사로 밝혀져 있다. 경희대 교수를 거쳐 국정원 해외담당 차장,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보좌관, 주영ㆍ주일대사를 거친 저자는 당시 남북의 역학관계를 배경으로 사건의 경과를 설명하면서 사건의 핵심 인물인 그가 임무를 부여한 북한에게서도 사실상 처음부터 버려졌고, 그를 증오하는 남한에게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데 주목한다.

강민철의 발언을 통해서도, 그와 비슷한 특수부대 경험이 있는 다른 탈북자들의 증언에서도 확인되듯이 북한은 대남 테러공작을 할 때 공작원들의 생명을 그리 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만에 하나 일이 틀어졌을 경우는 자력으로 되돌아오든지 자살하도록 세뇌한다.

아웅산 사건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강민철 등 3명의 공작원은 테러 직후 그들을 싣고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쾌속정을 타려고 서둘러 랑군강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을 강 입구 마을까지 데려가 북한으로 갈 동건 애국호에 몸을 실을 수 있게 해줄 쾌속정은 처음부터 없었다. 테러 전 그들을 내려주고 버마를 떠났다 다시 오려던 동건 애국호의 재입항이 거부 당하면서 모든 일이 틀어졌다. 약속한 대로 탈출할 줄 믿었던 그들에게는 계획이 틀어졌다는 귀띔조차 없었다. 그들이 붙잡힌 뒤, 조사 결과가 나오고 재판이 끝난 뒤에도 북한은 계속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 했다.

한국에서는 한때 그를 송환해 오자는 여론도 있었지만 반대가 많아 무산됐다. 만일 그가 한국에 올 수 있었더라면 김현희 같은 운명이 됐을까. 한국행을 원했던 그를 한국 정부가 완전히 잊었던 것은 아니다. 그를 기억하던 저자의 노력으로 1998년부터 얼마 동안 현지 한국대사관 직원이 면회를 다닌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남북 교류와 협력이 활발해지면서 '그와 접촉을 피하라는 지시'가 내려오고 그는 다시 완전히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왜 그를 기억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 나는 그 자신보다는, 그로 하여금 그런 짓을 저지르게 하고 그 결과 비참한 운명에 빠지게 한 사람들에 대한 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또한 같이 붙잡혔다 시종일관 묵비권을 행사해 결국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다른 공작원과 달리 그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엄청난 용기와 자기 훈련으로 생명을 이어가면서 최후까지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요인들의 작용으로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으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일생을 망친 것은 사적인 이해로 움직이는 몇몇의 모사꾼들이 아니라 이념 정의 민족 자주 등 엄청난 명분을 앞세운 국가권력이었다'. 아웅산 사건에 대해 이런 접근을 하게 되는데 한 세대가 걸렸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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