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0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별도의 환담을 가졌지만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통상 박 대통령이 외국의 정부인사를 접견하고 나면 결과를 서면이나 구두로 설명해왔다. 이 과정에서 국익에 직결되거나 사안이 중대한 경우 내용을 거르다 보니 서면 브리핑이 단 몇 줄에 그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같은 '소통 과정'을 생략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박 대통령의 대외적인 발언은 모두가 중요한 외교적 의미를 담고 있는데다 국민의 알 권리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청와대측은 환담 직후 수행 기자단에게 돌연 "케리 장관과 리커창 총리와의 환담에 대해선 내용과 진행시간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2시(한국시간)부터 각 20여분간 리 총리, 케리 장관과 연이어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박 대통령과 리 총리간 만남은 원래 예정에 없던 것"이라며 "서로 덕담을 주고 받는 수준에서 인사 정도만 하고 헤어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굳이 결과를 설명할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리 총리나 케리 장관이 박 대통령의 공식 카운터파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지만 두 사람의 중량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
이에 최근의 민감한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청와대가 사전 차단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 중국간 '신형대국관계'를 둘러싼 힘겨루기 ▦집단적 자위권 등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지원 ▦이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반발 ▦한미일 협력체제의 난기류 등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가 자칫 불필요한 갈등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례 없는 상황을 놓고 외교가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외교 소식통은 "어차피 박 대통령의 환담 결과는 취사선택해서 공개해 왔는데 갑자기 비공개로 바꾸면 불필요한 억측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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