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10일 검찰을 작심하고 비판하고 나선 것은 참여정부 인사들의 줄소환에 앞서 검찰과 사정당국 발 의혹이 무차별로 공개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대화록 논란 와중에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코너에 몰리자 승부수를 던졌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문 의원을 비롯한 친노진영은 "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를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동영상을 확보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가 사정당국 고위관계자의 언급을 근거로 나오는 데 격앙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노진영은 이런 정보가 언론에 제공된 배경에 검찰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의원과 김정호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이 이날 나란히 "정치 검찰"이라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친노진영은 특히 출처가 불분명한 발언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 쓰고 이를 새누리당이 확대 재생산하는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참여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이날 당내 비상국회 운영본부회의에서 "지난 시기의 검찰ㆍ언론ㆍ새누리당의 안 좋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면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진 검찰 수사를 거론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이 이날 일제히 "더 이상 부관참시하지 말라"며 반격에 나선 것은 여론을 환기시켜 수세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전 의원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검찰 수사의 본질은 봉하 이지원에서 발견된 대화록 최종본이 국가기록원에 이관되지 않은 이유를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의원의 성명대로 "(이관 당시) 시스템관리 실무자 1명만 대동해서 초본과 최종본의 처리상황을 확인하면 초본 이후 최종본이 다시 보고된 이유에 대한 의문이 해소된다"는 주장이다. 더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삭제 지시에 무게를 둔 검찰의 '사초 폐기'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문 의원의 이날 성명은 대화록 공개를 주도한 문 의원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당 안팎의 비판도 고려한 조치다.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은 "최근 검찰과 언론의 행태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진상 규명에 이르는 길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화록 이관의 총괄 책임자였던 문 의원이 의혹 해명보다 검찰과 언론에만 책임을 돌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또 의혹 해소를 위해 참여정부 인사들의 소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죄 없는 실무자들을 소환해 괴롭히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기소 결정엔 환영하던 친노진영이 검찰의 대화록 실종 수사에만 '정치 검찰'이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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