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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작전 승인 들통' 리비아 총리 납치 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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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테러작전 승인 들통' 리비아 총리 납치 소동

입력
2013.10.1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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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카에다 핵심인물 아부 아나스 알 리비를 체포한 미군 특수부대의 리비아 대테러작전이 거센 후폭풍을 낳고 있다. "미군의 군사작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던 리비아 정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가 무장괴한들에게 피랍됐다가 풀려나는 일까지 일어났다. 리비아가 끝 모를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자국민 납치 이유로 총리 한때 납치

스카이뉴스 아라비아방송 등 아랍권 매체를 비롯해 AP통신, AFP통신 등은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제이단 총리가 10일 새벽 무장괴한들에 납치됐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제이단 총리는 그러나 피랍 수시간 만에 풀려났다. 리비아 정부는 총리가 피랍된 직후 웹사이트를 통해 "과도정부 수장인 제이단 총리가 한 단체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어딘가로 끌려갔다"고 밝혔다. CNN은 호텔 직원을 인용해 괴한들이 총리를 차에 태워 끌고 갔지만 이 과정에서 총격은 없었다고 전했다.

무장괴한의 정체를 놓고 한동안 혼선이 있었지만 반군단체인 리비아 혁명조직은 총리 납치가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리비아를 위태롭게 만든 범죄와 공격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제이단을 형법에 따라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는 자국민 알 리비가 5일 안방인 트리폴리에서 미군에 체포된 데 대해 총리에게 주권침해 책임을 묻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리가 전격 납치됐다가 수시간만에 풀려나면서 이번 사건의 성격과 목적 등을 둘러싼 궁금증은 도리어 증폭되고 있다.

미 군사작전 사전 승인 들통

당초 리비아 정부는 미군의 알 리비 체포작전을 '자국민 납치'로 규정한 뒤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정부가 이를 허락한 적도 없다"며 연관설을 부인했다. 데보라 존스 미 대사까지 소환해 해명을 요구했고, "리비아 국민은 자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며 알 리비의 뉴욕 압송 역시 강력히 반대했다.

하지만 이날 리비아 정부가 이미 미군의 작전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승인까지 했다는 보도가 나와 이제까지의 주장이 결국 거짓말임이 들통났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군 작전을 리비아 정부가 미리 승인했었다고 보도했다. 거짓 해명 논란이 가뜩이나 들끓던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게 됐고 총리 납치로까지 이어졌다는 게 외신들의 분석이다. "반군단체는 리비아 정부가 미국과 (작전을) 공모했거나 허락했을 것으로 처음부터 의심하고 있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카다피 축출 후 혼돈에 빠진 리비아

리비아는 42년 철권통치를 이어온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가 2011년 10월 축출된 이후 과도정부가 수립됐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제이단 총리는 지난해 10월 제헌의회 투표를 통해 총리직에 올랐다.

하지만 이슬람 반군, 부족 반군 세력과 갈등을 겪으며 유혈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에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으며, 동부 벵가지 인근의 한 교도소에선 폭동이 일어나 죄수 1,000여명이 탈옥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번 총리 피랍은 리비아 정부의 나약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혼돈의 리비아를 여실히 나타내는 상징적인 신호라고 AP통신은 전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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