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중음악 시장에서 록 음악의 비중은 5% 안팎이라고 한다. 록 음악이 설 수 있는 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시대, 한국의 록 음악은 어떻게 자생의 터전을 만들고 세계로 진출해야 할까. 한국의 재능 있는 음악인들을 발굴하기 위해 2013 서울국제뮤직페어(뮤콘 2013)에 참석한 두 명의 거물급 인사 스티브 릴리화이트(58), 사이먼 휠러(47)를 만나 질문을 던졌다. 뮤콘은 음악산업 종사자들의 국제적 교류와 한국 대중음악 수출 활성화를 위해 마련된 행사다.
U2, 롤링 스톤스, 제이슨 므라즈 등 세계적인 팝 스타들과 함께 작업한 유명 프로듀서 스티브 릴리화이트(58)는 지난해 영국 왕실로부터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CBE)을 받을 만큼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다. 뮤콘 측으로부터 소개 받은 11개 국내 밴드 중 한 팀을 미국 시장에 소개할 예정이라는 그는 "장사보다 예술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예술적인 음악이라면 팔리는 건 시간 문제라는 뜻이다.
솔로 가수보다 밴드 위주로 작업해 온 그는 "전통적인 록 음악은 이제 통하지 않기 때문에 계속 여러 장르를 이종 교배한 음악이어야 한다"고 했다. 낡은 음악이 아닌, "2013년에 음악을 하는 이유가 느껴지는 모던한 음악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릴리화이트는 실험적인 크로스오버 국악 그룹 잠비나이를 여러 차례 칭찬하는 한편 "U2와 비슷한 음악을 하는 밴드는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뮤콘에서 싱가포르 밴드를 소개하기도 한 그는 "좋은 음악을 찾는 것이 내 사명인데 최근 미국을 떠나 이렇게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건 요즘의 아시아 음악이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라디오헤드, 아델, 소닉 유스, 시우르 로스 등이 베거스 그룹을 통해 음반을 내는 영국 인디 레이블들의 연합 음반사 배거스 그룹에서 디지털 마케팅을 총괄하는 사이먼 휠러(47)는 "좋은 음악이면 국적이 어디든 통한다" "즐기면서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온다"는 원론적인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디지털 시대에 등장한 뉴미디어는 그의 주된 관심사다. 휠러는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창구가 너무 많아져서 음악을 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면서 "신인이라면 한 가지 채널에 집중에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최근 필리핀 가수를 영국에 소개했다는 그는 "언어가 장벽이 될 수 있지만 음악 자체로 주목을 끌 수 있다면 반드시 영어로 부를 필요는 없다"며 "문화적 독창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국 밴드가 홍콩 가수와 함께 만든 곡을 중국에서 발표해 큰 성공을 거뒀다거나 아랍 음악인이 프랑스어로 부른 노래가 프랑스에서 크게 히트한 예를 들며 "국가 간의 협업이 시장성을 가질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싸이가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인지도를 끌어올리긴 했지만 아시아의 음악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란 아직 쉽지 않은 일이다. 대중음악이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휠러가 길을 일러줬다. "예측하지 못한 걸 들었을 때 생기는 놀라움이 있다. 우리는 유행을 따르는 음악이 아니라 유행을 만들 수 있는 음악을 찾는다. 독창적이고 독특한 음악을 해야 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