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담배 수입과 판매 등을 금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위헌이라는 주장인데 술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 경우도 위헌인가."(조용호 재판관)
"부탄 이외에는 담배를 금지하고 있는 나라가 없다고 하는데, 다른 나라에서 전면 금지 하지 않는 건 어떻게 생각하는가."(이정미 재판관)
담배의 제조와 판매, 수입에 관해 규정한 담배사업법의 위헌 여부에 대한 공개 변론이 열린 10일 오후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9명의 헌법재판관은 2시간여 동안 사건 청구인 측과 기획재정부 관계자 등에게 집요한 질문을 이어갔다.
이날 공개 변론은 지난해 1월 박재갑 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폐암 판정을 받은 흡연자, 임산부를 비롯한 흡연피해자 등 9명이 국가가 흡연의 폐해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는커녕 담배의 제조와 판매를 보장해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의 심리를 위해 이뤄졌다. 담배의 유해성에 관한 소송은 국내에서도 여러 건 있었지만, 제조ㆍ판매 자체의 위헌 여부가 법정에서 다뤄지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청구인 측은 담배 자체가 마약류로 지정된 대마만큼이나 인체에 해롭고, 간접 흡연을 통해 비흡연자에게도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는 주장을 폈다. 청구인 측 이석연 변호사는 "앞으로 담배는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 금지되고 엄격히 관리될 물질"이라며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궁극적으로 담배의 제조와 판매는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유관기관 대표로 나온 기획재정부 측은 "담배는 인류의 오래된 기호품으로 (누구나) 흡연 여부를 자유롭게 결정한 권리가 있다"며 "담배는 자유롭게 거래돼야 한다는 점을 미국 연방 대법원이나 각국 법원도 인정했다"고 맞섰다. 유해함을 인정하더라도 개인의 선택에 달린 흡연권을 국가가 전면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관들은 다양한 질문을 던졌다. 이진성 재판관은 "술도 건강을 상하게 하고 여러 폭력 사건의 주 원인이 된다. 그런데 왜 담배만 금지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담배가 심리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해서 기호품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 담배가 마약 수준의 유해물질이라는 근거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청구인 측은 "담배는 간접흡연 피해가 있어 술과는 비교할 수 없고 오히려 마약보다 더 많은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다른 나라에서 전면 금지하지 않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담배의 위험성을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앞으로 10년 내에 금지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나온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5만6,000명, 매일 150명이 흡연으로 숨지고 있다"며 "담배로 인한 의료비 손실만 2011년 기준으로 1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헌재의 결단을 요구했다. 기재부 측 참고인인 김성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미 국민건강증진법 등을 통해 흡연을 일부 규제하고 있고, 추가 규제가 필요한 지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선고 기일은 추후 지정된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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