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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몸무게 비율은 정상이라는데 배는 볼록… BMI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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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몸무게 비율은 정상이라는데 배는 볼록… BMI의 함정

입력
2013.10.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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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은 대한비만학회가 정한 제4회 '비만 예방의 날'이다. 국내 비만 인구 비율은 다행히도 최근 크게 늘지 않고 전체 인구의 30~31%로 유지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비만인지 아닌지를 가리는 첫 번째 기준은 체질량지수(BMI)다. BMI 18.5 미만은 저체중, 18.5~23 미만은 정상, 23~24.9까지는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 3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본다.

그런데 BMI만으로는 비만을 정확히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문의들은 지적한다. 허리둘레도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BMI 수치로는 정상인데 허리둘레를 재 보면 비만으로 나오는 사람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상우(동국대일산병원 비만대사영양센터장ㆍ가정의학과 교수) 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에게 허리둘레와 비만의 관계에 대해 물었다.

Q. 허리둘레는 얼마가 정상인가.

A.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 미만이다. 양 발을 벌리고 숨을 내쉰 상태에서 갈비뼈 맨 아래와 골반 맨 위 사이 중간 부분을 줄자로 피부가 눌리지 않도록 측정한 수치다. 인치로 치면 남자는 36, 여자는 34인치 이상이 허리둘레(복부) 비만이다. 여성 수치가 크다고 느낄 수 있는데, 폐경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폐경 전엔 지방이 주로 엉덩이와 허벅지에 쌓이지만, 폐경 후엔 여성도 남성처럼 복부의 내장으로 지방이 쉽게 모인다.

Q. 비만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긴가.

A. BMI와 허리둘레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몸무게와 키로 산출하는 BMI보다 허리둘레로 질병 발생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견해가 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BMI 수치는 정상인데 허리둘레는 비만인 사람이 100명 중 5명 꼴로 나온다. 이런 경우는 전체적으로 뚱뚱해 보이진 않지만 배만 볼록 나온 전형적인 '올챙이형' 몸매가 많다.

Q. 허리둘레 비만이 특히 위험한 이유는.

A. 질병 위험이 가장 높은 비만 유형이기 때문이다. 엉덩이, 허벅지, 아랫배의 지방은 사실 질병과 큰 관계가 없는데 비해 내장 주변과 윗배, 간, 근육에 쌓인 지방은 고혈압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협심증 등 각종 병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특히 고혈압이나 당뇨병 위험은 복부 비만일 때 5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Q. BMI와 허리둘레 외에 비만 판단에 고려해야 할 요소는.

A. 혈당과 혈압, 고지혈지수 등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들 요소를 많이 가질수록 젊을 땐 별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나이 들어 병이 생길 위험이 높다. 변화가 20~30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심한 비만으로 한번 병이 생기면 대부분 완치가 어려워 평생 조절해야 한다. 증상이 없을 때부터 생활습관과 운동이 중요한 이유다.

Q. 뱃살을 빼준다는 기구나 약이 많은데.

A. 허리나 배 부위를 덜덜 떨리게 하거나 약한 전기자극을 주는 등의 방법이 시중에 많이 소개돼 있다. 하지만 복부 지방은 그런 자극만으로 없어지지 않는다. 뱃살 빼준다는 약은 대부분 식욕을 조절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하는데, 잘못하면 우울증이나 심장질환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무조건 굶는 것도 소용 없다. 뱃속 지방이 아니라 얼굴이나 팔다리의 근육부터 줄기 때문이다. 뱃살 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유산소운동이다. 제대로 운동하고 제대로 식사하면 복부 지방부터 가장 먼저 빠진다.

Q. BMI 기준 국내 비만율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는.

A. 비만 패턴이 서구형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BMI 25~30이 더 늘지 않는 대신 30 이상인 고도비만이 급증하는 것이다. 1990년대 미국과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 BMI가 38이 넘는 사람이 5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에선 이제 고도비만마저 제자리걸음이고, 초고도비만이 증가하는 추세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비만 패턴은 점점 극단적으로 변해간다.

Q. 비만은 유전인가.

A. 유전의 영향을 학자에 따라 적게는 30~40%, 많게는 70~80%로 본다. 하지만 100% 유전자의 영향만으로 비만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견해는 공통적이다. 1만~10만 명 중 한 명 꼴로 살이 찌기 쉬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사람이 있다. 그래도 식사나 운동 같은 생활습관으로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고 가정 역시 그런 환경이면 비만을 피할 수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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