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층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재산과 소득을 5만원권이나 골드바로 개인금고에 보관하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음이 국세청 조사결과 확인됐다.
국세청은 10일 의사와 변호사, 화가 등 고소득 자영업자 52명이 음성적인 현금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뒤 이를 현금이나 골드바 등의 형태로 은닉한 혐의를 잡고 지난주부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세무조사와 추징은 국세청이 종전에도 해 오던 것이지만, 이번에는 특히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에서 소득을 탈루한 혐의자들을 주로 조사하고 있다고 국세청은 밝혔다.
지금까지 조사결과 현금 결제를 요구한 뒤 신고에서 빠뜨리고 누락 소득을 개인 금고에 넣어 은닉하는 행위, 골드바를 사서 숨겨 놓는 행위 등이 밝혀졌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방성형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A씨는 고액의 미용 목적 치료 등을 통해 벌어들인 치료비를 현금으로 받아 개인 금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또 고급 수입 악기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B씨도 고객이 영수증 등 구매 증빙을 요구하면 웃돈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숨겨왔으며, 그 돈으로 골드바를 구매해 개인 금고에 숨겨 놓은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화가 C씨는 고가의 외국 전시 작품, 국내 갤러리 전시 작품 등을 현금으로 판매해 소득신고를 누락한 뒤 탈루 소득으로 고급 별장을 구입한 혐의가 국세청에 포착됐다. 국세청은 이 별장이 10억~20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은닉 소득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자금 출처 등에 대해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밖에 수술비 입금 내역 등 진료 수입 전산 자료를 삭제·조작해 세금을 탈루한 성형외과 의사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소득자영업자 4,396명을 조사해 2조4,088억원을 추징했다. 올 상반기에도 422명에 대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여 2,806억원을 추징하고 16명을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고발 등의 조치를 했다. 이들 가운데 변호사, 회계사, 치과, 성형외과, 학원 등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사업자에 대해서는 탈루 세금 추징은 물론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위반 과태료(미발행 금액의 50%)도 함께 부과했다.
김태호 조사2과장은 "이번 조사에서는 대상자 본인은 물론 관련인 등의 탈세 행위에 대해서도 금융거래 추적조사, 거래상대방 확인 조사 등을 통해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탈세 목적 차명계좌 이용 등의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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