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5세대 지도부가 역대 어느 지도부보다 활발하게 외교 무대에 나서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지만 날로 커져가는 '중국 위협론'을 무마시키려는 적극적인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분주한 이는 단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다. 그는 2일 출국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국빈 방문하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8일 귀국했다. 그는 이 기간 동안 50여 차례 회담과 회의에 출석했다. 미국 연방정부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APEC에 불참하자 반사 이익도 톡톡히 누렸다. APEC 정상회의의 첫 기조연설은 시 주석 차지가 됐고 APEC 최고경영자(CEO) 회의에서도 그의 발언은 가장 주목을 받았다.
9일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시 주석의 바통을 이어 받아 브루나이로 출국했다. 중국_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ASEAN_한중일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리 총리는 태국과 베트남까지 국빈 방문한 뒤 15일 귀국할 예정이다.
시 주석과 리 총리의 외교 활동은 취임 이후 쉴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 주석은 3월 취임한 지 일주일도 안 돼 러시아와 아프리카를 방문했고 이어 중미와 미국,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 4회에 걸쳐 해외를 순방했다. 순방 일수는 37일, 방문국은 14개국에 달한다. 리 총리도 이번 동남아 순방을 포함하면 23일 동안 10개국을 찾는 것이 된다. 두 사람과 함께 제5세대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장더장(張德江) 위정성(兪正聲) 류윈산(劉雲山) 왕치산(王岐山) 장가오리(張高麗) 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5명도 지금까지 3~10일 해외 순방 일정을 소화했다.
중국 지도부가 이처럼 외교 무대에 총출동하는 것은 이전에는 없던 현상인데다가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이는 중국의 부상에 맞춰 확산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에 새 지도부가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아시아 회귀를 통해 사실상 중국을 포위하고 나선데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외교적 마찰이 끊이지 않아 이를 해소하기 위한 외교적 공세가 절실한 상태다. 경제성장에 필요한 자원을 외국에 의존하는 중국으로서는 불가피한 측면도 없잖다. 신경보(新京報)는 9일 "새 지도부가 지난 반 년 동안 무려 100여개국 정상과 만나며 외교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며 "밖으로 나가고(쩌우추취ㆍ 走出去) 안으로 불러서(칭진라이ㆍ淸進來) 중국의 자신감과 함께 평화발전의 이념을 전세계에 전달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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