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반발이 확산될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는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가 외부세력 개입이다. 반대측에 가담해 운동을 주도하는 시민단체와 종교인, 정치인 및 정당들을 주로 지칭하는 것인데, 정부와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측에선 "외부세력이 끼어들어 갈등을 더 부추치고 조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밀양 송전탑에도 '외부세력 개입론'은 어김없이 등장했다. 한국전력측은 그 동안 "실제로 반대하는 현지주민들은 많지 않다. 외부인들이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를 심심치 않게 흘려왔고, 홍준표 경남지사와 엄용수 밀양시장은 지난 8일 "외부세력은 당장 떠나야 한다"는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색깔'을 덧씌우기도 한다. 이른바 '종북세력론' 또는 '불순세력론'이다. 2011년 제주강정 해군기지 반대사태 당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은 "종북주의자 30여명의 반대데모 때문에 중요한 국책사업이 중단되고 있다"고 했고, 원세훈 국정원장은 "종북좌파들이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자연보전총회 방해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주요 국책사업 반대시위현장에 주민이 아닌 '외부인사'들은 많다. 환경단체와 카톨릭(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진보정당 등은 거의 단골손님. 이들은 구체적 사실과 논리, 법지식을 토대로 반대운동을 주도하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훨씬 버거운 상대다. 때론 너무 강경론을 펴 협상하려는 주민들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이로 인해 "우리를 위한 반대인지 자신들을 위한 반대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정부도 '비(非)주민=외부세력=불순세력'이란 고정관념을 이젠 버려야 하며, 까다롭지만 협상 상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책사업 자체가 지역사업을 넘어 공익사업인 만큼, 환경파괴가 해당지역주민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전문가 및 활동가집단의 개입은 이제 피하기 힘든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그린피스는 치명적 환경이슈가 걸리면 세계 어디라도 간다. 하지만 어느 선진국도 그들을 불순세력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지지세력이나 지원세력이라면 모를까 외부세력이나 불순세력이라는 표현은 대단히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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