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간 전국서 34명… 사과·화훼농장 등 투어"'귀농은 환상 아닌 현실… 전원생활 기대 버려야"20대 예비귀농인 "실패담도 많이 들었으면"영주시 "성공정착 지원 교육 확대"
"저장은 얼마나 되나요?" "초기 투자금은 얼마나 필요한가요?" "병충해엔 강한가요? 방제는 어떻게?" 방제는 어떻게?" "어떤 땅이 좋아요?"
경북 영주시가 예비귀농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청투어가 호평이다. 도시민들은 대상으로 1박2일간 실시된 이번 투어에서 참가자들은 귀농선배와 사과 등 과수전문가들에게 질문공세를 퍼부었고, 멘토로 나선 선배 귀농인들은 한 가지라도 더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일부는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하기도 했고,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스마트폰으로 녹음을 하는 모습도 보였다.
경북 영주시가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예비귀농인을 대상으로 8, 9일 1박2일간 실시한 '예비귀농인 영주 알리기 초청투어'는 도시민들의 높은 관심 속에 진행됐다. 서울 경기 등 전국에서 20~60대까지 남녀 34명이 참가해 귀농에 필요한 것들을 배웠다.
태풍 다나스 영향으로 온종일 비가 내린 8일 오후. 예비귀농인들은 영주시농업기술센터 과수시험장에서 사과 농사의 모든 것을 들었다. 우병용(50) 지도사가 영주의 사과생산현황과 과수원에 맞는 농토 고르는 법, 사과의 종류, 농사에 대한 애착심의 중요성 등 귀농 전 알아야 할 사항들을 소개가 이어졌다. "6,000㎡~9,000㎡의 과수원에서 잘 하면 20년차 공무원 월급보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대목에서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영주로 귀농하면 사과재배에 관한 모든 과정을 언제든 교육해 주겠다"는 말에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어 방문한 곳은 김재광(57) 영주시귀농인회 회장의 과수원. 야산 정상을 개간해 만든 과수원에 도착한 일행은 수확은 앞둔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1,200여그루의 사과나무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생각해 보곤 금세 숙연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김 회장은 경기 일산에서 직장생활을 청산하고 귀농해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 자신의 거처이기도 한 비닐과 천막 등으로 얼기설기 만든 농막에서 귀농 5년차에 0.9㏊의 과수원을 경작하며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까지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귀농인은 농사 짓기에 불리한 점이 많지만, 도시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리면 판로확보에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생활 중 알게 됨 인맥 등의 덕분으로 인터넷 판매에 주력, 최근에는 제때 처리하기 버거울 정도로 주문이 밀릴 정도다.
이를 위해 그는 귀농과 동시에 1년간 농업기술센터와 현지 농장에서 사과재배 기술부터 익힌 뒤 농경지를 구입했다.
하지만 그는 "귀농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막연한 환상만으로 시작했다가는 백전백패라는 것. 단기간에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며 특정 특용작물에 투자하라는 광고는 믿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멋도 모르고 먼저 농토를 구하고 집을 번듯하게 지으면 초기 투자비에 비해 소득이 적어 포기하는 수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튿날 방문한 부석면 유경자(49)씨의 거베라 농장에서는 농사도 대규모 자본과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야산을 절개해 설치한 2,300㎡ 규모의 비닐하우스와 시설투자비만 1동에 5억원씩 모두 10억원이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서울 아파트 한 채 값인데 재산세도 따로 없고 많은 소득이 나오니까 훨씬 낫다"는 말에는 얼굴이 밝아졌다.
50대의 김화춘 씨는 "귀농을 생각하고 농촌봉사활동도 다녔는데 이번 견학으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경기도 부평에서 아버지와 함께 귀농인투어에 참가한 황현철(22)씨는 "사전지식을 쌓기에 좋은 기회지만 귀농에 실패한 사람들의 경험담도 많이 듣고 싶다"고 말했다. 실패 원인을 분석해야 되풀이 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는 양봉을 하고 싶어 했다.
선배 귀농인들은 귀농 성공 필수 조건으로 ▦가족과 함께 귀농할 것 ▦자치단체 농업기술센터에서 미리 교육을 받는 등 사전 영농기술 습득 ▦투자전략을 꼼꼼하게 세우고 예비비를 여유 있게 가질 것 ▦규모에 맞는 농지 구입 등을 주문했다.
영주시농업기술센터 김덕조 귀농지원TF 팀장은 "귀농ㆍ귀촌이 늘고 있지만 상당수는 몇 년 내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영주를 소개하고 선배귀농인의 경험담을 들려주기 위해 마련했는데 반응이 좋아 투어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용호기자 ly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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