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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공포는 오바마의 노림수… 월가에서 공화당 압박하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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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 공포는 오바마의 노림수… 월가에서 공화당 압박하길 기대"

입력
2013.10.09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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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가부도(디폴트) 위기가 언제쯤 끝날지는 월가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 정치권의 계속되는 대립으로 디폴트 위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 공포의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의 증시 폭락이, 폭락이 없었다면 하지 않을 조치들을 정치권이 취하도록 한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FP는 디폴트 우려로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월가가 공화당을 압박하고 그러면 공화당이 굴복해 국가채무상한 조정이 가능해진다는 게 오바마의 계산이라고 전했다. 오바마가 "월가가 연방정부 폐쇄(셧다운)에 우려를 나타내야 한다"거나 "미국이 디폴트 되면 월가도 시련에 처한다"며 기회 있을 때마다 월가를 끌어들이는 것도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도 경제적 혼돈, 재앙적 결과 등의 용어로 위기감을 부추겼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의회가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부결시켜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역사상 최대폭으로 하락하자 의회는 일주일 만에 두 손을 들었다. 2011년 부채 상한 조정 때도 신용기관들이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압박을 가하자 정치권은 대치를 풀고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에는 양상이 좀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가가 이번 사태를 우려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융시장에 패닉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오바마의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실제 디폴트가 발생하면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한층 위험한 사태가 일어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예상이다. 하지만 월가는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디폴트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패닉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월가는 지금의 사태를 위기로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정치권이 아주 바보 같은 지경으로 가지 않을 것"이라며 디폴트 우려를 일축한 바 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는 1일 셧다운 이후 8일까지 거래일수 기준으로 이틀은 오르고 나흘은 내려 결국 2% 하락하는데 그쳤고 미국 장기국채의 수익률은 오히려 안정된 흐름을 유지해 금융권이 디폴트 위기를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월가가 워싱턴의 합리적 행동과 채무상한 상향 조정을 확신해 금융시장에 패닉이 사라졌는데 이것이 반대로 정치권의 합의를 지연시킨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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