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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 폐교 신청… 혈세만 축낸 외국대학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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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달… 폐교 신청… 혈세만 축낸 외국대학 유치

입력
2013.10.0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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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국내에 설립된 외국대학들이 정원의 절반도 못 채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국내 최초의 외국대학인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STC-Korea)은 개교 5년 만에 폐교를 앞두고 있다.

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기홍 민주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 받은 '국내 외국대학 운영 현황'에 따르면, 전남 광양경제자유구역청에 설립된 STC-Korea 광양캠퍼스와 부산ㆍ진해경제자유구역에 세워진 독일 국립대학 FAU부산캠퍼스, 송도국제도시에 개교한 한국뉴욕주립대가 정원의 40%밖에 채우지 못했다.

이 대학들은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ㆍ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2008년 이후 설립됐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외국교육기관의 설립기준을 국내 대학보다 크게 완화하고 법인세 면제, 예산 지원 등 재정 혜택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 세 대학에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지원한 예산만도 189억6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정작 수요자들에게는 외면을 받고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해운운송학 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STC-Korea는 정원 40명에 절반인 20명밖에 채우지 못했다. 2011년 개교한 FAU부산캠퍼스도 화학생공학부 대학원 과정 정원이 100명이지만 재학생은 38명뿐이다. 지난해 문을 연 한국뉴욕주립대도 학부ㆍ대학원 5개 과정에 126명만 재학, 정원 320명을 크게 밑돌았다.

이 중 STC-Korea는 지난 5월 교육부에 폐쇄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STC 그룹의 에릭 히트브링크 대표이사는 폐쇄 신청 서한에서 "석사과정에 대한 학생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수년간 많은 적자를 양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고위관계자는 "현재 심의 중이며 조만간 폐교 여부가 결정날 것"이라고 말했다. 폐교가 되면, 최대 지원받을 수 있는 기간인 5년을 채우자마자 한국을 떠나 우리나라의 교육 국제화나 외국인 투자 유치에 기여가 거의 없는 셈이다.

국내에 진입하려는 외국대학의 질이나 수요 등을 고려하지 않고 유치에만 급급한 정부정책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한 대형 입시업체의 유학전문가는 "국내 교육 수요자들은 외국대학 학위는 현지에서 공부해 취득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강해 국내의 외국대학에는 관심이 낮다"며 "영어권인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와 달리 우리나라는 언어 장점이 없어 중국, 일본 등 인접국들의 학생도 많이 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내년 3월 미국 조지메이슨대가 송도국제도시에 개교할 예정이고 미국 유타대, UCLA대, 영국 에버딘대 등 15개 대학이 설립 승인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설립 신청을 앞두고 있어 외국대학의 설립 허가가 보다 엄격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기홍 의원은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대학 설립은 정부의 졸속 추진으로 결국 국민 혈세만 낭비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무조건 유치만 할 것이 아니라 면밀한 사전 수요조사를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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