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재준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밝힌 자체 개혁안의 골자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정치개입을 하지 않겠다, 둘째 국내외 국정원 활동을 융합하겠다, 셋째 대공수사와 관련해 국내 수사파트를 대폭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구체안이 나오지 않아 평가가 이른 감은 있지만,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본다.
우선 정치 불개입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저 선언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방법이 제시돼야 한다. 국정원법 9조에 정치관여 금지가 명문화 돼있는데도 정치개입 논란이 계속돼오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숱한 간첩조작사건, 고문과 탄압을 자행한 중앙정보부(1961~1980) 안전기획부(1980~1998) 시절은 차치하더라도 민주화 정권인 김대중 정부 시절 새롭게 변신한 국정원이 도청을 한 사건이 드러난 바 있다. 또한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국정원이 아닌 총리실이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 대선 때는 국정원 댓글사건이 터졌다. 정보기관의 선의에 의존하기에는 국민 불신이 너무 크다.
둘째로 국내외 국정원 활동의 융합은 오히려 늦은 측면이 있을 정도로 그 필요성이 있다. 요즘 심각해지고 있는 산업스파이 문제라든가 마약, 국제조직범죄 그리고 간첩도 국내외 정보의 융합 하에 대처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다.
셋째로 대공수사를 위한 국내 수사파트를 대폭 보강하겠다는 방침은 야당의 반발 등 첨예한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을 계기로 대공수사파트를 강화하겠다는 것인데 적절한지 의문이다. 그 동안 국정원은 방대한 조직과 자금에도 불구하고 색출한 간첩이 몇 명 되지 않고, 그것도 무죄판결을 받기 일쑤였다. 더욱이 과거 간첩사건 상당수가 조작돼 최근 재심에서 무죄판결과 함께 거액의 배상액을 물어줘야 했다. 이는 국정원이 조직과 인력 때문이 아니라 능력부족으로 간첩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오히려 인권침해나 정치개입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공수사권을 검ㆍ경으로 이관하거나 별도 수사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점을 새겨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