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한 헤이트스피치(증오발언)와 혐한 시위를 주도한 '재일특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민모임(재특회)' 관련자에 대해 사법부가 7일 거액의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것을 계기로 민족 차별을 강조하는 시위나 발언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후진적 시위를 용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헤이트스피치를 불쾌하게 바라보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고 법원도 그런 식으로 판결을 내려왔다. 실제로 재특회는 도쿠시마현 교원노조가 조선학교에 기부금을 냈다는 이유로 2010년 노조 사무실에 난입하고, 지난해에는 화장품 회사 로토가 한국 탤런트 김태희를 모델로 썼다는 이유로 사무실에 들어가 행패를 부려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헤이트스피치와 관련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또 학교법인 교토조선학원이 2009년 조선학교 주변에서 "스파이의 자식들" "조선학교를 일본에서 몰아내자"며 시위한 재특회 회원 4명을 형사 고발하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고도 차별적 발언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도쿄신문은 9일 "이 같은 사법적 태만이 도쿄 신오쿠보 한인타운과 오사카 쓰루하시에서 헤이트스피치 발언과 시위가 늘어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경찰과 행정기관이 민족 차별과 헤이트스피치의 존재를 직시하지 않으려 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교토지방법원이 7일 교토조선학교가 낸 민사소송에서 재특회 회원들에게 1,200만엔을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은 차별적 발언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변화를 예고한다고 도쿄신문은 분석했다.
모로오카 야스코(師岡康子) 오사카경제법과대 객원연구원은 "특정 상대를 중상 비방하는 헤이트스피치는 현행법으로도 처벌할 수 있으며 민사상 거액의 배상이 인정된다"며 "(일본이 가입한) 인종차별철폐조약에 근거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판결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마에다 아키라(前田朗) 도쿄조형대 교수는 "헤이트스피치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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