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1단독 정용신 판사는 결혼 3개월 전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 받은 A(35ㆍ여)씨가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B(34)씨를 상대로 낸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파혼의 귀책 사유가 있는 B씨가 A씨에게 2,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이들은 2011년 11월 지인의 소개로 만난 지 5일 만에 결혼을 약속하고 양가 동의를 얻어 지난해 4월로 결혼식 날짜까지 잡았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의 부모가 이혼했고, 가족들의 부채를 자신이 갚아야 하는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B씨는 당시 A씨 사정에 대해 크게 문제삼지 않았고 오히려 예물용 반지를 구입하는 등 결혼 일정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그러나 B씨는 지난해 1월 신혼집 마련 비용 문제로 A씨와 다툰 뒤 일방적으로 파혼을 통보했다. 결국 이들의 짧은 교제는 A씨가 B씨에게 위자료 5,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파국을 맞았다.
재판부는 "A씨가 교제 과정에서 가족의 채무 등을 밝힌 이후 B씨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은 이상 A씨로 인해 약혼이 해제됐음을 인정할 다른 증거는 없다"며 "(일방적으로) 약혼이 해제돼 A씨가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이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B씨는 A씨에게 금전적으로나마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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