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보다 뛰어난 비둘기'라 불리는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이 9일 차기 Fed 의장에 지명되면서 세계경제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이날 미 달러는 엔이나 유로 대비 강세를 보였다.
옐런의 의장 지명으로 Fed의 양적 완화 축소는 속도조절에 들어 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옐런은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보다는 실업문제 해결에 더 비중을 둬 Fed 내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박현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옐런 지명으로 양적 완화 축소가 더욱 신중하게 실행에 옮겨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단기적으로는 신흥국의 금융불안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체이스 수석연구원은 "오랫동안 양적 완화를 주장해온 옐런의 Fed 의장 지명은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옐런은 20여년의 Fed 경험을 토대로 정확하게 경제 동향을 예측하는 경제전문가라는 점도 시장을 안도시켰다. 옐런은 2007년 12월 Fed 회의록에서 대부분의 인사들이 경제전망을 낙관한 것과 대조적으로 "신용경색 심화와 경기후퇴의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정확히 예측해 명성을 얻었다. 옐런이 높은 실업률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제 미국에 대한 세계의 시선은 미국 정부폐쇄(셧다운) 장기화와 17일 미 의회의 국가채무 한도 증액 협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문제는 양적 완화 축소가 아니라 셧다운과 디폴트다"고 꼬집었다. 셧다운이 장기화하면 미국 내수가 위축되고 올해 4분기 성장률이 2.5%에서 1.4%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또 미 의회가 부채 한도 협상을 타결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맞게 된다. 이는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을 초래해 세계적 금융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시장도 셧다운과 부채 한도 협상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아직은 셧다운 문제가 단기에 해소될 것이란 기대로 코스피가 버티고 있다"면서 "다음 주까지 미국 정치권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미국이 디폴트 사태를 맞으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강도가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면서 "벌써 신흥국에 투자하는 글로벌 채권과 주식펀드에서 자금이 빠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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