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곰'들의 '자멸 야구'가 속출하고 있다.
과거 포스트시즌 진출 경험이 풍부한 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두산은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61개의 실책으로 9개 구단 중 최소다.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 사상 한 시즌 최소 실책 타이 기록을 올 시즌에 썼다. 하지만 '가을 야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두산이 몰락하고 있다.
두산은 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2차전에서 연장 10회 승부 끝에 2-3으로 패했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지만 선수들의 과도한 긴장감, 흐름을 끊는 어이없는 플레이가 속출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두산의 구원 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했다. 야수들은 무리한 주루 플레이로 찬스를 무산시켰다. 준플레이오프 역사상 한 팀이 10개의 4사구를 허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트시즌 역사상 이틀 연속 끝내기 패배가 나온 것도 처음이다. 그리고 그 대상이 리그에서 가장 선수층이 두텁고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친다는 두산이라 더 충격적이다.
반면 넥센은 창단 첫 가을 야구를 경험했지만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한 9부 능선을 넘었다. 남은 3경기에서 1경기만 따내면 페넌트레이스 2위 LG와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다투게 된다. 2005년 이후 5전3승제로 치러진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한 팀이 다음 시리즈에 진출한 확률은 66.7%(2/3)다.
'두산이 자멸했다'는 표현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매 이닝 경기 분위기를 선점하고도 상대의 추격을 허용했다. 두산은 0-0으로 맞선 8회초 1사 1ㆍ3루에서 대타 8번 오재일의 유격수 땅볼 때 3루 주자 허경민이 득점에 성공했다.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지던 경기에서 나온 귀중한 선취점이었다.
하지만 8회말 1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홍상삼이 잇달아 폭투를 남발해 동점을 허용했다. 홍상삼은 첫 타자 3번 이택근을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4번 박병호를 고의4구로 거르는 과정에서 초구를 포수 마스크보다 한 참 위로 던지는 황당한 모습을 보였다. 2구째도 홈플레이트 앞에 패대기 치며 3루 주자 서건창의 득점을 허용했다.
2-2로 맞선 연장 10회말 오현택도 스스로 무너졌다. 선두 타자 4번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공을 내준 뒤 5번 이택근은 좌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하지만 6번 김지수의 타석 때 1루 주자 박병호의 발을 묶기 위해 견제를 하다가 악송구, 1사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어진 결과는 김지수의 생애 첫 포스트시즌 끝내기 중전 적시타.
두산으로선 야수들의 무리한 주루 플레이도 아쉬운 부분이다. 두산은 발 빠른 선수들을 넉넉히 보유한 기동력의 야구를 펼친다. 경기 흐름을 순식간에 뒤바꿀 수 있는 능력 있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7회 기습 번트로 출루한 정수빈은 공이 뒤로 빠진 사이 무리하게 2루로 내달리다 아웃됐다. 연장 10회엔 오재원이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상대 유격수 강정호의 송구가 너무 높게 날아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2루를 훔치다가 아웃카운트를 헌납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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