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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0일] 미지와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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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0월 10일] 미지와 신비

입력
2013.10.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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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울 도심을 산책했다. 시청과 덕수궁, 서소문 일대에서는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었고 녹색연합의 자원봉사자는 돌담길에서 시민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청계천에 앉아 다음 투어를 기다리고 있었고 노숙자 몇은 벤치에 누워 다소 흐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서울 도심에서 목격한 풍경은 이제 다시는 복원되지 않는다. 그 세계는 미지로 흘러간 것이다.

과거 역시 미지와 신비를 갖는다. 그러니까 미지란 미래의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미 내가 흘려보낸 시간은 나와 무관해진, 내가 가질 수 없는 세계다. 예를 들어, 내가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을 때 내 왼쪽에서 빠르게 지나간 어떤 남자의 고통이나 사랑에 대해서 나는 영원히 무지한 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은 여전히, 이론적으로는 내 통제 범위 안에 있다. 나는 오늘 저녁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으로 저녁을 먹을 것이고, 잠을 자기 위해 마지막 등을 끄는 시간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과거 속의 나는 이제 더 이상, 내가 먹은 저녁 메뉴를 다른 것으로 교체할 수도 없고, 커튼을 내리고 소등한 시간도 바꿀 수 없다. 그러니 미래만이 미지를 키우고 과거는 미지의 대상이 아니라는 말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신비와 미지를 풀지 못하는 인간의 허망.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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