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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유엔 결의안 막아 달라" 미국 국무부에 로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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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위안부 유엔 결의안 막아 달라" 미국 국무부에 로비했었다

입력
2013.10.0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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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위안부 문제를 공론화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막겠다며 일본 정부가 미국에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7일(현지시간) 입수한 미국 국무부 비밀해제 문건에 따르면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를 앞둔 1996년 2월말에서 3월초 사이 주미 일본대사관과 주유엔 일본대표부는 한국 정부가 UNHRC 회의에서 위안부 결의안의 채택을 추진하는지 여부의 사실 확인을 미 국무부에 요청하고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 사이토 구니히코(齊藤邦彦) 주미 대사는 피터 타노프 국무차관과 윈스턴 로드 동아태 담당 차관보에게 이 문제에 대한 대화를 요구했고 오와다 히사시(小和田恒) 유엔 대사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주유엔 미국 대사와 회동했다. 한국의 움직임을 막아달라며 대미 외교력을 총동원해 미국에 매달린 격이다.

로드 차관보는 타노프 차관에게 보낸 메모에서 사이토 대사가 한국 정부의 움직임을 알고 있는지 묻고 위안부 문제는 샌프란시스코조약에 의해 완벽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으며 일본 정부는 위안부 여성에 가해진 학대에 유감을 표명했다고 말했다고 기록했다. 당시 일본 정부의 행태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 미국을 지렛대 삼아 한국을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미국은 일본의 요구에 진지하고 민감하게 대응했다. 국무부 담당자가 유엔대표부, UNHRC가 위치한 스위스 대사관과 함께 입장을 조율하고 일본과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국무부 실무진은 당시 작성된 외교서신에서 한국의 움직임을 은밀히 알아보겠다거나, 한국이 위안부 결의안 추진에 나서면 국무부가 주한ㆍ주일 대사관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하지만 로드 차관보는 미국의 입장을 정리한 메모에서 "95년 채택된 베이징 행동강령에 성적 노예(sexual slave)가 전쟁 상황에서 여성 인권을 위반한 것으로 돼있으며 미국은 이 성적 노예에 위안부가 포함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일본과 다른 견해를 밝혔다. 그는 또 "미국은 한국 정부가 위안부 결의안의 채택을 추진한다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은 이 문제가 역사적으로 복잡한 사안임을 이해하고 일본과 한국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는 입장을 정했다. 올브라이트 대사는 마사코 일본 왕세자비의 친정 아버지이기도 오와다 대사와 만난 직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무부 입장의 수위를 지켰다고 보고했다.

한국은 공교롭게도 당시 UNHRC에 위안부 결의안을 내지 않았으며 지금껏 같은 행보를 하고 있다. 일본의 대미 로비가 통했다는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지만 미 국무부는 이와 관련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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