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편의 논문 성과로 건국학술대상을 수상한 건국대 조재환 교수가 국가 연구비를 지원받은 논문을 조작했다는 의혹에 대해 4년 새 3번째 조사를 받게 됐다. 앞서 진행된 소속 대학, 연구비 지원기관의 조사가 모두 부실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은 조재환 건국대 유기나노시스템공학과 교수가 2008년 과학논문인용색인(SCI)급 해외 학술지 '의재료학회지(The Journal of Material in Medicine)'에 교신저자로 게재한 논문 '치과교정에 있어 형상 기억 폴리우레탄의 적용(Application of shape memory polyurethane in orthodontic)'에 대해 21일 재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제기된 의혹은 치아 간격이 좁아지는 것을 보여주는 7번 사진자료가 실제 실험과는 무관해 조작됐다는 것으로 2009년 건국대, 2012년 연구재단이 조사했던 내용이다.
건국대는 2009년 치과전문의 최모(51)씨의 제보로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이 의혹에 대한 예비조사를 실시했으나 "근거가 부족해 본조사 실시 필요성이 낮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예비조사에 신소재 전공자 등 공학 교수만 3명이 참여한 것을 문제삼아 최씨는 2012년 교육부에 "치의학 전공자를 포함시켜 엄정하게 재조사해 달라"는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조 교수에게 연구비를 지원한 연구재단이 재조사를 벌였지만 2차 조사 역시 건국대의 예비조사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최씨는 지난 9월 다시 미래창조과학부에 민원을 제기했고, 결국 연구재단은 현재 치의학 전공자를 포함한 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치의학계에서는 사진 조작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치의학 전공자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씨의 검토 의뢰를 받은 대한교정학회는 2012년 8월 29일 "사진은 실험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조작된 자료"라는 공식 의견을 내놓았고 올해 5월 27일 조 교수가 연구재단에 제출했던 실험장면 동영상에 대해서도 같은 의견을 밝혔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입장도 같았다. 한 치의학계 관계자는 "신소재를 치과교정이라는 임상에 적용시키는 논문을 조사하면서 치의학 전공자를 배제한 채 조사했다는 것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최씨는 해당 연구에 참여했는데도 논문 저자에서 제외됐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최씨는 "2002년 조 교수를 찾아가 해당 연구를 제안했으며 같은 해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매달 1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하고, 교정장치와 관련된 치의학 지식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씨는 연구에 참여한 적이 없다"며 "명예회복을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고 곧 진실이 밝혀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 조작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고만 밝혔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