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0년 충남 서산 부석사에서 조성됐지만 일본 관음사에 안치돼 있던 중 지난해 절도범이 국내로 반입한 금동관음보살좌상 반환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됐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최근 일본 문부과학상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에 반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됐다. 원칙적 일반론을 말했을 뿐이라는 유 장관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고종황제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투구를 일반에 공개한 것을 두고 반환운동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단 왜구들이 불상을 강탈해갔던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김현구 서산문화발전연구원 이사장은 8일 "관음상 복장품에서 나온 조성기에 일본 관음사로 이안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는 것은 불법적으로 유출됐다는 증거"라며 "역사적으로 증명된 약탈행위가 분명한데 돌려줄 순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관례를 고려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이상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역사적으론 몰라도 표면상으론 현재 장물일 뿐"이라며 "아쉬움이 있더라도 훔쳐 온 불상은 일단 돌려주는 것이 온당하다"고 했다.
● 김현구 서산문화발전연구원 이사장"日 관음사로 이전한다는 기록 없어불법유출 분명… 반환할 필요 없다"서산 부석사 다른 불상도 관음사에 봉안약탈의 증거… 소모적 법리공방보다는정당한 귀결 위해 양자간 대화 필요
서산 부석사에서 조성한 불상이 일본 대마도 관음사에 유출되었다가 절도단에 의해 국내로 밀반입된 불상을 일본으로 돌려주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사건 직후부터 일본은 도난에 의한 불법반출이니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고 우리 법원은 일본 관음사가 불상을 정당하게 취득한 사실이 재판에서 확인될 때까지 반환을 금지한다는 가처분결정을 내린 상황이다. 당초에 약탈해간 것이니 돌려줄 수 없다는 주장과 평화적으로 수교할 수도 있는 것이니 일단 돌려주고 반환요청을 하자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이 불상이 가짜라는 주장 이 제기되고 있는 때에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이 일본 문부과학성 장관의 관음상 반환요청에 일본으로 돌려주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 계기가 되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이 불상은 돌려줄 수 없다.
불상이 절도단에 의하여 도적 맞은 것은 시기와 사람만 다를 뿐이다. 옛날에는 우리가 도적 맞아 불상을 잃었고 이번에는 그들이 도적을 맞아 불상을 잃었다. 말하자면 서로에게 불상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불상이 도적들에게 있는 것을 옛날에 잃었던 우리 불상을 도적들에게서 찾은 것이다. 우리가 훔쳐온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을 찾았는데, 누구에게 왜 돌려주어야 한단 말인가?
돌려주지 않아도 되는 결정적인 기록이 있다. 특히 관음상 복장품에서 조성기가 나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이 불상이 부석사에서 조성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으며 선물이나 기증 등 정상적으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 불법적으로 유출된 증거가 되고 있다. 조성기에는 부석사에서 영원토록 관음상을 공양하겠다는 내용만 있고 부석사에서 관음사로 이안한다는 내용이 전혀 없다. 정상적으로 주고받았다면 그 기록을 남기는 것이 원칙이고 그 기록을 복장하여 전달하는 것이 불교문화의 절대적인 관례다. 또한 관음상이 봉안됐던 관음사에 부석사의 또 다른 불상(대세지보살상)이 봉안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이는 한 절의 불상이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일본의 또 다른 약탈의 증거가 되고 있다. 한 절에서 제작된 불상들이 똑 같은 장소에 소장됐다는 것은 두 개의 불상을 같이 가져갔다는 증거이며 약탈을 입증하는 것이다.
일본은 소유권을 주장하며 국제법을 걸어 되돌려달라고 한다. 그에 앞서 이 불상이 왜 관음사에 있게 된 것인지 그 경위와 사실을 먼저 제시 하지 않고서는 약탈이 아니라고는 못할 것이다.
일국의 강제력으로 발생하는 문화재의 반출과 소유권의 양도는 불법으로 간주된다는 점으로 볼 때 약탈은 불법이니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사실 왜구가 1376년에서 1380년을 절정으로 서해 중북부지역(서산 일대)에 침구 했을 때 현지인들은 대응을 취하지 못하고 우선 도망치고 숨을 곳을 찾기에 급급했을 것이다. 왜구들이 해안가는 물론 내륙 깊숙이까지 쳐들어와 마을을 불 지르고 양민들을 학살하고 사찰의 보물들을 약탈해간, 역사적 침탈행위(고려사)가 극심했을 당시 서산 바닷가 한 촌의 부석사가 약탈 대상이 되었던 것은 확실하며 이때에 약탈 해간 것으로 봐야 한다.
1926년 간행된 서산군지에서 왜구의 침입을 격퇴한 사실을 반영한 지명유래를 소개한다. '禾邊面倭懸里諺傳瑞山郡守擊倭之故曰倭懸里 舟師倉十五間在禾邊面內倭懸里今浮石面倉里.'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왜현리가 부석사 바로 앞에 있는 부석면 창리이며 서산군수가 왜구를 격퇴한 자리라는 기록이다. 이렇게 역사가 증명하는 약탈행위가 분명한데 왜 돌려줘야 하나. 돌려줄 수 없다.
법리공방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제 부석사와 관음사간에 불심에 입각하여 오늘보다 내일을 보는 긴 안목으로 진지하고 성의 있는 대화가 있기를 바란다. 이 관음상은 고려시대(1330년)에 서산부석사 신도들의 시주로 조성되어 봉안된 사실이 밝혀진 불교 성보이다. 이러한 예배의 대상으로 모시는 성물을 선물이나 기증을 통하여 취득됐을 거라고 그들은 믿지 않을 것이다. 그들도 양심 있는 지성인들이다. 당연이 돌아온 불상이 제자리에 봉안되는 정당한 귀결을 위한 양자의 대화를 촉구한다.
● 이상정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재는 장물… 일단 돌려줘야 마땅지나친 애국심이 문화재환수 방해""약탈 불상을 본존불로 모실 리 없다"는일본측 주장도 일리… 명확한 증거 없어상대방 양심 움직여야 문화재 환수 결실
한국 절도단이 일본에서 훔쳐 온 불상 두 점의 반환과 관련하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한중일 문화장관회의에서 우리 문화부 장관의 발언이 일본 신문에 보도된 이후, 그 논란은 증폭되는 것 같다. 두 점의 불상이란 일본 해신(海神) 신사와 관음사(觀音寺)에서 작년에 훔쳐, 금년 1월 한국에서 발견된 '동조여래입상'과 '관음보살좌상'이다. 훔쳐 온 것이므로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나 이들이 과거에 일본으로 불법 반출된 것으로 의심되는 우리 불상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쉽지 않다. 특히 그 중 한 점인 '관음보살좌상'의 경우는 1330년에 주조한 것으로 그 복장유물에서 '관음존상을 주조해 부석사에 봉안하고 영원토록 공양하고자 서원한다'는 묵서 명문이 나왔고, 그 조성자가 서산 부석사의 당주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해서 명문에 나타난 부석사 측이 정부를 상대로 낸 금동관음보살좌상 반환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즉 채무자(우리나라)는 금동관음보살상에 대한 점유를 풀고 부석사에서 위임하는 집행관에게 인도하라고 결정하였다. 또 형사재판에서는 불상 두 점을 몰수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물론 몰수의 효력은 대전지방법원 공보판사의 말대로 피고인들이 불상들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일 뿐 소유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불상의 소유를 가지고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될 듯하다.
이렇듯 도둑맞은 불상들이 조기에 반환되지 않자 이번에는 일본 측이 외교적 압력은 물론, 1980년부터 해마다 개최해온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의 중단, 한일 순회전으로 열 예정이었던 '백제' 특별전의 무기 연기 등 문화교류 중단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말하자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만을 증폭시키는 현 상태는 어느 모로 보나 바람직하지 않으며, 하루 빨리 이번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그 해결의 열쇠는 우리가 가지고 있다고 본다. 현재 우리는 우리가 불상을 주조했고 일본 측이 그 불상을 약탈해 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문제의 불상을 우리가 주조했다는 그 사실은 맞을지라도 "고려 말기에 왜구가 불상을 약탈했다"는 우리의 주장이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 당시 부석사가 문을 닫는 과정에서 불상이 쓰시마로 옮겨졌다"거나 "약탈했다면 절의 본존 불상으로 귀중히 모실 리가 없지 않은가"라는 일본 측 반론 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한 도대체 누가 수백 년 전의 일을 입증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우리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훔쳐 온 불상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훔쳐 온 것이므로 문제의 불상은 역사적으로는 몰라도 표면상은 현재 장물일 뿐이다. 과거를 들먹이지만 현재가 부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도둑 중에는 절도의 동기로 애국심을 들먹이는 자도 있는 것 같다. 마치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훔친 도둑이 애국심에서 훔친 것이고, 결과적으로 이탈리아가 되찾아 온 것뿐이라고 자신의 범행을 호도한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모두 탐욕의 산물일 뿐이다.
이렇듯 약탈여부는 모호한 반면, 현실적으로는 장물이므로 당장 돌려주어야 할 것 같으나 이 기회에 그대로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명문에서 언급된 '부석사'측은 완강한 것으로 보인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또 그 사이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한 우리의 처지에서도 이번 기회에 한 점이라도 환수해야 한다는 생각은 얼마든지 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문화재 환수에 절도라는 비문화적 행태가 개입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아쉬움이 있더라도 훔쳐 온 불상은 일단 돌려주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한일 관계는 좋든 싫든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고, 문화재 쪽만 보아도 이야기 할 것이 적지 않다. 이번 사건?빌미가 되어 문화재 환수 문제에 관한 논의가 원천적으로 봉쇄될까 두렵다. 혜문 스님의 말대로 "문화재 운동이란 소유권의 문제가 아니라 양심회복"의 문제이다. 상대방의 양심이 움직이지 않는 한 문화재 환수는 그 열매를 맺기 힘들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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