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2년차를 맞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그늘에서 벗어나 '김정은식 통치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노동당을 매개로 지속적인 인사를 통해 주요 권력기관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는 한편, 경제 중시 행보를 가속화하며 물적 통치 기반을 닦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8일 통일부에 따르면 김 제1위원장은 지난해 1월 집권 이후 현재(9월30일)까지 총 305회의 공개활동을 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경제관련 대외활동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 김 제1위원장은 작년엔 군 분야 시설(52회ㆍ34.4%)을 가장 많이 찾았으나, 올 들어 경제 관련 현지요해(시찰)가 48회(31.2%)로 최다였다. 특히 남북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5월을 기점으로 경제분야 활동빈도가 42.2%로 대폭 상승했다. 대북 소식통은 "경제ㆍ핵 병진노선을 수차례 밝힌 김정은 입장에선 외부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동당 쪽으로 권력의 쏠림 현상이 뚜렷해진 것도 특징이다. 이는 인사를 보면 알 수 있다. 김 제1위원장은 지금까지 당ㆍ정ㆍ군 주요 인사 218명 중 절반에 가까운 97명을 교체했는데, 당의 위상 강화는 핵심조직인 정치국의 외연 확대에서 잘 드러난다. 북한은 지난해 4월 당 대표자회를 통해 정치국 위원(후보위원 포함)을 27명에서 36명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 등 당 관련 회의체를 거쳐 주요 정책과 현안을 처리하는 모습도 김정일시대와 대별되는 대목이다.
경제 중시 기조에 맞춰 경제ㆍ기술관료와 신진 인사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지난 4월 새롭게 내각 총리에 임명된 박봉주 및 곽범기(당 비서 겸 계획재정부장), 로두철(부총리) 등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은 각각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리며 권부 핵심에 입성했다. 또 올 들어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수행한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박정천(인민군 상장), 박태성ㆍ마원춘(당 중앙위 부부부장), 황병서(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등 지난해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당 부부장ㆍ군 부책임자급 50,60대 소장 그룹이 상위 10위 안에 대거 포진했다.
반면 김정일 정권에서 절대 권력을 자랑했던 군은 심한 부침을 겪었다. 총정치국장을 제외한 인민군 4대 요직인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군장은 각각 4차례나 얼굴이 바뀌었다. 지난해 8월 이후 군 핵심인물의 계급 강등(8명)과 복권(4명)이 수시로 단행되는 등 롤러코스터식 인사도 거듭됐다. 실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 나와 "김정은 정권 들어 군단장급 이상 군 간부 44%가 교체됐다"고 증언했다. 정부 당국자는 "군부의 잦은 교체는 김정은이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거나, 거꾸로 제대로 통제를 못해 생긴 후유증일 가능성이 병존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김정각에 이어 지난해 4월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최룡해가 비 군부출신이란 점에서 '당을 통한 군부 통제'의 인사 원칙은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김정일의 유훈인 '선군혁명'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군부가 언제든 권력 전면에 재등장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선 당이 군에 정치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김정은이 김정일과 같은 유일지도체제를 확립하지 못한 이상 당과 군, 두 엘리트 집단간 치열한 경쟁구도가 북한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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