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충북 보은으로 시집 온 베트남 여성 알린이 올란데즈(40ㆍ회남면분저리)씨는 요즘 친정 나들이할 생각에 날아갈 것만 같다. 그녀가 네 아이를 낳도록 한 번도 가지 못했던 고향 땅을 다시 밟을 수 있게 된 것은 최근 649만원이나 되는 큰 돈이 생긴 덕분이다. 이 돈은 그녀가 5년 동안 부은 적금이다.
그런데 적금은 그녀 혼자만 적립한 게 아니다. 그녀는 매달 5만원씩 300만원을 부었고, 나머지 300만원은 보은군이 지원해줬다. 49만원은 이자 분이다.
5년 만기의 이 적금은 보은군이 결혼 이주여성의 조기 정착과 친정나들이 등을 돕기 위해 만든 '결혼이주여성 매칭적립금'이다. 농협에 이주여성 명의의 통장을 개설한 뒤 해당 여성이 매달 1~5만원씩 개인 사정에 따라 예금을 하고 보은군은 1대1 매칭으로 같은 액수를 적립하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보은으로 시집 온지 6개월 이상된 결혼 이주여성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2008년 9월 시작돼 당시 134명의 이주여성이 참여했고, 이후 개인 사정 등으로 중간에 적립을 포기한 27명을 제외한 107명이 지난달 말로 첫 번째 만기를 맞았다.
이들에게 돌아갈 적립금은 총 6억 6,500여 만원. 1인당 621만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보은군은 지난 5일 보은문화원에서 이들 만기 대상자에게 매칭적립금 증서를 교부했고, 증서를 받은 이들은 저마다 들뜬 표정으로 군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올란데즈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60개월 동안 꼬박꼬박 적금을 넣었더니 거금으로 불어났다"면서 "아이들 양육비에 보태고 꿈에 그리던 친정 나들이도 꼭 다녀오겠다"고 활짝 웃었다.
정상혁 보은군수는 "결혼 이주여성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적극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지원사업을 발굴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적립금 만기로 보은군내에서는 현재 84명의 이주 여성들이 2017년 6월까지 적립을 목표로 알뜰하게 적금을 모으고 있다.
보은에는 베트남 출신 152명, 중국 출신 61명 등 15개국 265명의 결혼 이주여성이 거주하고 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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