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중국이 미국을 향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국가채무불이행(디폴트)을 막으라고 촉구했다. 세계 최강 미국이 빚쟁이 중국의 빚 독촉에 시달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주광야오(朱光耀) 중국 재정부 부부장(차관ㆍ사진)은 "미국 정부가 17일 이전에 확실한 조치를 강구해 국가 채무 상한 문제를 해결하고 디폴트를 막아 중국의 대미 투자 안전성을 담보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7일 말했다. 17일은 미국이 현재 16조7,000억달러인 국가채무 한도를 조정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주 부부장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국내외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고 중국은 거액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는 등 양국 경제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중국이 미국의 셧다운에 주목하고 미국에 대미 투자 안전성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양국이 그 동안 전략ㆍ경제 대화를 통해 정책 소통을 해 온 만큼 미국은 셧다운 상황을 중국에 즉각 알려야 한다"며 "중국은 미국이 국가 채무 상한 문제와 관련해 확실하고 과감한 조치로 디폴트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주 부부장은 나아가 "국제신용기관이 미국의 국가채무 상한 조정 문제와 관련,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이미 2011년 8월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적이 있다"며 "미국이 역사적 교훈을 충분히 새기길 바란다"고 상기시켰다.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3,000달러 안팎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이는 전체 미국 국채의 23%나 된다. 중국은 다른 나라 채권보다 더 안전하다는 이유로 미국 국채를 꾸준히 사들였다. 그러나 중국은 이로 인해 미국의 최대 채권국이면서도 사실상 미국 경제의 최대 인질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가 침체돼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결국 최대 채권자인 중국이 최대 피해자가 되기 때문이다.
한편 1조1,000억달러 안팎의 미국 국채를 갖고 있는 일본도 우려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본 재무성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에 미국의 재정위기로 디폴트가 현실화하면 투자자가 달러와 달러 자산을 버려 결국 엔화 가치를 치솟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