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아동의 대부(代父)', '스님 아빠' 등으로 잘 알려진 아동보호시설 원장이 10억원에 가까운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을 도박 등으로 탕진한 혐의로 기소돼 실형이 선고됐다.
8일 의정부지법 등에 따르면 승려 정모(59) 원장은 1990년부터 경기 의정부시내에 S아동보호시설을 운영하면서 갈 곳 없는 아이 60여 명을 돌봤다. 정 원장의 선행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알려졌고, 방송이 나간 후 공공기관과 기업 후원도 잇따라 후원금만 매년 4억원에 달했다. 아이들의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수당 등 국고보조금도 정 원장이 관리했다.
그러나 정 원장은 2007년부터 주식과 도박에 빠져 공금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결국 정 원장은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할 시설 후원금과 국고보조금 9억9,000여만 원을 빼돌려 강원도 정선 카지노와 주식 투자 자금으로 탕진(업무상 횡령 등)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의정부지법 형사5단독 이도행 판사는 정 원장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정 원장과 공모한 탁모(42) 사무장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아이들이 정당하게 받았어야 할 복지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 동안의 선행은 인정되지만 불우아동 복지를 위한 공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횡령한 후원금을 복구하고 편취한 보조금 일부를 반환한 점, 20년 간 갈 곳 없는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돌본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덧붙였다.
의정부=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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