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복구 5개월 만에 서까래 단청의 칠이 벗겨진 것과 관련, 8일 문화재청이 해명에 나섰다. 숭례문 복원 당시 단청 작업을 맡은 홍창원 단청장(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은 8일 "재료의 문제가 아니라 기법의 문제"라며 "호분을 너무 많이 바르는 바람에 안료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호분은 흰색 조갯가루로, 발색을 선명하게 하기 위해 안료를 바르기 전 밑에 까는 용도다. 숭례문 단청의 경우 꽃 그림 중에 주홍색으로 칠한 부분에서 집중적으로 박락이 일어났는데, 이곳이 호분을 바른 곳이라는 설명이다.
홍씨는 "전통 안료는 가루에 아교를 섞어 칠하는데 아무래도 합성 안료보다는 접착력이 약하다"며 "호분은 필수적으로 쓰는 재료는 아니지만 색을 더 아름답게 낸다고 칠했던 것인데 너무 두꺼워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단청의 칠은 원래 영구적이지 않다"며 "호분을 바른 경복궁과 부석사의 단청에서도 박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복궁과 부석사 단청이 오래 전 칠해진 반면 숭례문은 불과 5개월 만에 벗겨졌다는 점이 문제다. 일각에서는 복원 당시 안료를 국내산으로 해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안료를 급조해 조달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홍씨는 이에 대해 "안료는 일본산과 국내산 모두 사용했다"며 "하지만 안료에 따라 박락 현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호분을 바른 곳이 집중적으로 벗겨지고 있기 때문에 안료 제조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청 공사를 여름에 해서 문제가 된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는 "겨울은 추워서 붓이 얼기 때문에 원래 단청 공사를 잘 하지 않는다"며 "예전에도 단청 공사를 여름에 한 예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홍씨는 "앞으로는 호분을 바르는 회수를 줄이거나 아예 안 바르는 식으로 해결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숭례문 단청 칠이 벗겨진 곳은 20여 군데에 이른다. 햇볕이 정면으로 드는 남쪽 단청이 주로 훼손됐으며 북쪽 단청도 일부 벗겨진 곳이 있다. 문화재청은 박락 사실을 6월에 파악했으나 장마와 태풍이 끝난 후 정밀 조사를 통해 수리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정확산 보수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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