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장 에프랑 바부제(51)는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1986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국제 베토벤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이듬해 뉴욕에서 열린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을 통해 국제 무대에 데뷔한 그는 중년의 나이에 최고의 찬사와 명성을 쌓아가고 있는 대기만성형 연주자다. 하이든과 베토벤 등 고전 작품부터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탁월한 해석으로 세계 유수 무대에서 활약하며 '손대는 모든 분야에서 다른 모두를 능가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19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첫 내한 독주회를 여는 그는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33번,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 바르토크의 '피아노 소나타', 드뷔시의 '전주곡 1집'을 연주한다. 연주 일정으로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는 그를 4일 전화로 만났다.
-프랑스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라고 들었다. 연주 일정이 얼마나 많나.
"최근 5년간 연주 여행으로 숙소를 옮기다 보니 11일 이상 한 침대에서 자 본 적이 없다. 그 중에서도 가장 적게 머무는 침대가 바로 내 방에 있는 침대다."(웃음)
-첫 방한을 앞둔 소감은.
"나는 모든 공연 여행에 '발견과 탐험'의 의미를 부여한다. 하물며 처음 방문하는 한국 일정은 그야말로 새로운 발견의 과정이 될 듯하다. 친구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서 한국에 뛰어난 젊은 연주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 기대가 크다. 음식도 궁금하다. 이 나이에 외국 공연을 다니려면 잘 먹고 잘 자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
-신동이 주도하는 음악계에서 상대적으로 늦게 주목을 받아 마음고생을 했을 듯하다.
"물론 베토벤 콩쿠르로 나는 24세가 돼서야 '공식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오보에, 타악기를 함께 배웠던 나는 음악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확고했다. 그 중 오보에의 빼어난 선율과 팀파니의 에너지를 훌륭히 중재했던 피아노에 열광했다. 특히 파리 음악원에서 피에르 상캉(1916~2008) 선생님을 만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결심에 흔들림에 없었다. 선생님으로부터 나는 피아노는 물론 나를 발견하는 법을 배웠다."
-지휘 거장 게오르그 솔티(1912~1997)가 협연자로 발탁한 일화로 터닝 포인트를 맞았는데.
"솔티 역시 내가 대기만성형 피아니스트의 수식어를 얻게 된 중요한 계기가 된 사람이다. 그는 '포기는 없다'는 자신의 인생관을 나에게도 강조했다. 그 덕분에 나는 연주 일정이 적었던 시절에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익히며 바쁘게 지냈다."
-이번 공연에서 당신에게 명성을 가져다 준 라벨과 드뷔시를 함께 연주하는데.
"5, 6년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을 한날 공연하는 프로그램은 피해 왔다. 라벨은 클래식 음악 작곡가지만 드뷔시는 재즈에도 영향을 미친 음악의 혁명가다. 그런데 요즘은 그 차이를 한 무대에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 관객에게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완벽히 매혹되지 않는 프로그램은 짜지 않는다.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음악은 내게 참 많은 질문을 던진다. 비관적이고 싶지 않지만 서양음악의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요인이 많은 게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 발전을 주도하던 여러 도시의 연주회장에는 빈 자리가 늘고 있고 경기 침체를 이유로 음악 교육 예산을 줄이는 나라도 많다. 그래도 긍정적인 부분은 랩부터 록, 클래식 음악, 현대음악 등 이토록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이 공존했던 시기는 없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음악적으로 참 풍성한 시대를 살고 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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